[스포츠한국미디어 창원=김성태 기자] LG가 원정에서 2연승을 따내며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활짝 밝혔다.

LG는 2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2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LG는 1차전 13-4 완승 이후 다시 한 번 승리를 챙기며 5판 3선승제로 열리는 이번 시리즈에서 단 1승만 추가해도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특히 LG는 이날 승리로 통산 준플레이오프 7연승 행진을 내달리는 기쁨을 누렸다. 지난 1993년 OB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를 시작으로 LG는 1998년에도 OB와 맞붙어 또다시 2승을 따냈고, 2002년 역시 현대를 상대로 2승을 획득, 이번 준플레이오프전까지 5연승 행진을 이어온 바 있다.

반면 벼랑 끝에 몰린 NC는 경험 부족에 대한 숙제 뿐 아니라 남은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해야 하는 극도의 부담감까지 떠안게 됐다.

이날 LG는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승리를 가져갔다. 선발 우규민은 5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고, 타선에서는 투런 홈런을 터뜨린 스나이더와 4타수 3안타를 몰아친 최경철이 1차전에 이어 다시 한 번 눈부신 활약을 선보였다. 또한 LG는 몇 차례 찾아온 행운을 잘 살려낸 반면 NC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아쉬운 집중력을 보이며 양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엑스펙터(X-Factor)’ 스나이더-최경철, 또 해냈다

1차전에서 미지의 요인을 의미하는 ‘엑스펙터(X-Facotr)’ 역할을 해낸 선수는 바로 최경철과 스나이더였다. 최경철은 1회 스리런포를 쏘아 올려 단숨에 LG가 6-0까지 달아나는데 기여했고, 스나이더 역시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러 정규시즌 부진을 털어냈다.

두 선수가 2차전에서 또 한 번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작은 스나이더였다.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내며 제 역할을 해낸 스나이더는 비록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1-0의 근소한 리드가 이어진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1사 1루에서 NC 선발 에릭의 3구째 시속 142km 직구를 받아쳐 좌월 투런 홈런(비거리 110m)을 터뜨린 것. 순식간에 경기 분위기를 LG쪽으로 기울이며 선발 우규민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만들었다.

최경철 역시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스나이더의 홈런 이후 김용의가 우전 안타를 터뜨린 가운데 최경철은 투수와 1루수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번트 안타를 기록, 올스타전 번트왕 대회 2위에 오른 진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비록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NC 선발 에릭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또한 최경철은 6회와 8회에도 우전안타를 기록, 무려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을 뿐 아니라 6회말 수비에서는 1사 1, 2루의 위기 상황에서 대주자 이상호의 3루 도루를 정확한 송구로 저지해내며 NC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는 소위 ‘미친 선수’가 나와야 승리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처음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선수는 결코 아니었지만 스나이더와 최경철이 바로 그 중심에 우뚝서며 LG의 2연승을 이끌었다.

▲ 김용의, 아쉬움 완벽히 만회한 슈퍼 캐치

선발 2루수 겸 7번타자로 나선 김용의도 이날 NC의 추격 흐름을 끊어내는 귀중한 호수비를 통해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앞서 김용의는 2회초 탈삼진에 그친 것을 비롯해 4회초에는 최경철과 연속 안타를 합작하며 3루를 밟았지만 손주인의 스퀴즈 때 협살에 걸려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특히 포수 김태군에게 태그아웃을 당한 직후에는 김태군이 미트 속에 공을 넣지 않은 채 태그한 것으로 오인해 뒤늦게 홈으로 뛰어드는 다소 엉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용의는 이어진 LG의 4회말 수비 1사 1, 3루 위기에서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테임즈가 우규민을 상대로 우중간 안타성 코스의 타구를 날렸지만 이를 껑충 뛰어 올라 낚아챈 것. 미처 귀루하지 못한 1루주자 나성범까지 동시에 아웃시켜 자칫 실점을 내줄 수 있던 상황을 ‘이닝 종료’로 뒤바꾸는데 성공했다. 이전까지 LG의 분위기가 확실히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3-0 리드는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는 점수 차라는 점에서 김용의의 호수비는 더욱 빛났다.

▲ NC, 이보다 안 풀릴 수는 없다

반대로 테임즈는 안타성 직선타가 김용의의 호수비에 가로막히자 헬멧을 집어던지는 등 아쉬움과 더불어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NC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6회에는 무사 1루에서 대타로 나선 조영훈이 우규민의 2구째를 제대로 받아쳤지만 공이 우측 폴대 바깥쪽으로 살짝 빗겨가는 ‘홈런성 파울’에 그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2-3까지 따라붙은 8회에도 선두타자 권희동이 이동현으로부터 또 한 번 좌측 폴대 근처로 향하는 아치를 그려냈지만 이번에도 공은 폴대 바깥쪽으로 날아갔다.

이처럼 행운이 뒤따르지 않은 장면도 있었지만 NC 스스로가 기회를 걷어찬 부분 역시 패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박민우는 1차전에 이어 다시 한 번 결정적인 순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해 자칫 트라우마에 빠질 수 있는 위기를 맞게 됐다.

1회말 무사 1루에서 김종호가 병살타에 그쳐 초반 분위기를 살리지 못한 NC는 6회에도 무사 1, 2루의 추격 기회를 잡았지만 박민우가 헛스윙 삼진에 그친데 이어 2루에 있던 대주자 이상호마저 3루 도루에 실패하며 추격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박민우는 1점 차로 추격한 7회 2사 1, 3루에서도 이동현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1차전 타석에서의 부진(4타수 무안타 3삼진)을 만회하지 못했다.

더욱 치명적인 장면은 바로 9회초 수비 때 나왔다. 1사 1루에서 이병규(7)가 2루수 방면 높이 뜨는 타구를 기록한 가운데 1루주자 문선재가 아웃카운트를 2아웃으로 착각해 홈까지 계속해서 질주를 했다. 박민우가 공을 받아냈다면 순식간에 타자 주자를 동시에 아웃시킬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조명 속에 타구가 들어간 듯 낙하지점을 찾는데 애를 먹던 박민우가 공을 그대로 흘렸고, LG로서는 문선재의 본헤드 플레이가 쐐기 득점으로 이어지는 전화위복의 상황을 맞게 됐다.

▲ 3연승 노리는 LG, 기적을 꿈꾸는 NC

역대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7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 고지에 먼저 안착한 팀이 시리즈를 가져간 경우는 5차례 있었다. 71.4%의 높은 확률을 LG가 손에 넣었다.

그러나 LG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2차전까지의 기세를 오는 24일 안방 잠실에서 재현해 3연승으로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데 도전한다.

두 차례의 우천 취소에도 불구하고 승부가 5차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플레이오프는 기존 발표된 27일에 열린다. LG로서는 한 번이라도 패한다면 단 하루의 휴식만을 취한 뒤 넥센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시리즈를 일찍 매듭짓는 것이 체력 보충을 위해 필수적이다. 물론 NC의 기가 살아날 여지를 제공할 이유도 없다.

반면 NC로서는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곳이 없는 신세다. 매 경기 배수의 진을 친 채로 총력전을 기울여 반드시 3연승을 획득해야만 한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보이는 과제다. 하지만 2010년과 지난해에 바로 이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2010년에는 두산이 안방에서 롯데에게 2연패를 당하고도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지난해 역시 두산이 넥센을 상대로 2연패 뒤 3연승을 따내며 다시 한 번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 2010년 ‘미라클 두산’ 신화를 이뤄낸 장본인이 바로 현 NC 사령탑 김경문 감독이다. 또한 이종욱, 손시헌 역시 당시 멤버로 활약한 바 있기 때문에 NC 선수단은 이들을 버팀목으로 마지막까지 끈질긴 승부, 후회 없는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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