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젠틀맨'에 대한 굳은 신뢰-두산, '제2의 김경문'에 대한 기대감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SK와 두산이 새로운 사령탑을 같은 날 나란히 발표했다.

SK는 21일 이만수 감독의 후임으로 김용희 육성총괄을 제5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김용희 신임 감독의 계약 조건은 2년간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으로 총액 9억원이다.

SK의 공식 발표가 떨어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두산이 송일수 감독의 후임으로 김태형 SK 배터리 코치를 제10대 감독으로 선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태형 감독은 2년 간 계약금 3억원, 연봉 2억원 등 총 7억원의 조건을 제시받았다.


김용희 감독은 '미스터 올스타'라는 별명 외에도 지난 감독 시절 신사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으로 인해 '젠틀맨'이라는 좋은 평가를 얻기도 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 '미스터 올스타' 김용희, 젠틀맨으로 컴백

1982년 프로야구 출범부터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해온 김용희 감독은 1982년, 1984년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며 '미스터 올스타'라는 별명을 얻었다. 통산 8시즌 동안 타율 2할7푼 61홈런 260타점을 기록했으며, 선수 생활 마지막 해인 1989년에는 롯데에서 플레잉코치로도 활약했다.

이듬해 롯데 타격 코치를 거쳐 1994년부터 본격적인 롯데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청보 허구연 감독(1986년 당시 35세)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30대 감독에 이름을 올려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취임 2년 만에 롯데를 한국시리즈까지 이끌면서 뛰어난 지도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후부터 롯데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결국 1998년 지휘봉을 내려놓았지만 김용희 감독은 1999년 삼성 수석코치로 합류했으며, 시즌을 마친 뒤 곧바로 서정환 감독의 후임으로 삼성 사령탑에 올라 1년 간 감독직을 책임졌다. 그 해 7월30일 잠실 LG전에서는 역대 최연소(44세9개월26일) 300승을 돌파하는 기쁨을 누렸으며, 이 기록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후 더 이상의 1군 감독 생활은 없었으나 김용희 감독은 롯데 수석코치 및 2군 감독에 이어 2011년부터는 SK 2군 감독, 올시즌 SK 육성총괄감독 등을 차례로 역임하며 현장과 다시 인연을 맺었고, 결국 SK의 감독으로 또 한 번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SK 측은 김용희 감독의 선임 배경에 대해 "선수단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고 구단이 앞으로 추구하는 시스템 야구와 팀 아이덴티티(일체감)를 선수단에 접목시키기에 최적임이라는 판단을 했다. 또한 김 감독이 지난 3년여 동안 2군 감독과 육성총괄을 맡으며 팀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용희 감독은 SK가 찾고 있는 지도자 성향에 가장 잘 부합하는 감독일 수 있다. SK 사정에 정통할 뿐 아니라 과거에도 신사적이고 합리적인 사령탑이라는 평가를 자주 받아왔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등 기본적으로 상대의 입장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지녔고 배려심이 깊어 구단과의 불협화음을 낸 적이 없었다.

김용희 감독의 한 측근은 "롯데의 간판 프랜차이즈 선수인 그가 삼성의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1년 만에 올라설 수 있었던 데에도 구단의 신뢰가 강하게 작용했다"며 "삼성이 김용희 감독 부임 한 시즌 만에 김응용 감독을 해태에서 모셔온다는 이야기가 떠돌았을 때에도 그는 아무런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깔끔하게 팀을 물러났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김 감독의 상대를 지나치게 배려하는 부분이 성적 부진으로 연결되는 등 때로는 단점으로 작용한 경우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소통'과 관련해 잡음이 많았던 SK로서는 김용희 감독 선임으로 이 고민을 덜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김태형 감독은 비록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프랜차이즈 포수로서 과거 김경문 감독의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지도자로 기대를 받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 '제2의 김경문' 김태형, 허슬두의 부활 이룰까?

김태형 감독은 1990년 OB 시절부터 12년 동안 프랜차이즈 선수로 활약해왔다. 통산 타율 2할3푼5리 9홈런 157타점으로 큰 족적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수비형 포수로서 오랫동안 묵묵히 제 역할을 다했고, 1998년부터 2000년까지는 팀의 주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01년 플레잉코치로 현역 마지막 시즌을 뛴 김태형 감독은 이듬해부터 2010년까지 두산 1, 2군 배터리코치를 역임하며 지도자로서도 두산에 오랜 공헌을 했다. 두산이 그를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한 결정적인 배경이다.

팬들은 김태형 신임 감독이 '두산의 프랜차이즈 포수' 출신인 김경문 현 NC 감독의 두산 시절 성공적인 지도자 사례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많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두산은 지난 2003시즌을 7위로 마치고 계약이 만료된 김인식 감독의 후임으로 김경문 감독을 제7대 사령탑에 앉히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선동열(현 KIA 감독) KBO 홍보위원을 영입 1순위에 올렸지만 계약이 불발되자 프로통산 9시즌이나 전신 OB에서 활약한 김경문 감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김경문 감독은 2004년 곧바로 두산을 포스트시즌에 안착시키며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2010시즌까지 7년 중 무려 6번이나 정규시즌 3위 이내로 팀을 이끌었다.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한국시리즈에도 세 차례나 오르며 두산을 강팀의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다.

이후 두산은 2011년 자진 사임으로 물러난 김경문 감독을 대신해 김광수 대행체제를 거쳐 시즌 이후 1군 투수코치였던 김진욱 감독을 새 사령탑에 앉혔다. 김경문 감독과 마찬가지로 OB에서 총 9시즌을 뛰었던 김진욱 감독이 선수들과의 소통에 능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두산은 이 기간에도 3위와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우승을 아쉽게 놓쳤으나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한 때 1승3패 벼랑까지 몰아넣는 등 '미라클 두산'의 저력을 선보였다.

아이러니하지만 김진욱 감독은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결국 두산이 추구하는 야구 방향을 제시하지 못해 마무리 훈련 도중 갑작스럽게 귀국했고, 끝내 구단 고위층은 그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그리고 두산은 재일교포 출신의 송일수 감독(당시 2군 감독)에게 2014시즌을 맡기는 다소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이번에도 2군 감독 시절부터 선수단과의 소통에 능하다는 점을 선임 이유로 제시했지만 기존 내부 선수 출신이 아닌 송 감독을 차기 사령탑에 낙점한 것은 두산이 그동안의 갇혀있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새로운 변화의 바람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올시즌 팀 성적이 추락하면서 송일수 감독은 불과 1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으며, 두산은 파격적인 인선 대신 김경문 체제를 구축했던 과거의 방식대로 후임을 선발했다. 당대 최고의 스타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포수 출신의 묵묵한 프랜차이즈 선수였다는 공통점을 가진 만큼 김태형 감독이 '제 2의 김경문' 신화를 이뤄주기를 두산은 기대하고 있다.

또한 두산 측은 김태형 감독에게도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과의 소통에 있어 적임자라는 평가를 내렸으며,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함으로써 근래 퇴색된 두산의 팀컬러를 복원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동시에 드러냈다. 흥미로운 사실은 김태형 감독이 김진욱 감독 선임 당시에 두산을 떠나 SK에 새 둥지를 틀었다는 점. 복귀와 함께 김경문 감독의 계보를 잇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는 김태형 감독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팀을 이끌어갈지 기대가 모아진다.

▲ 같은 듯 다른 선택 내린 SK와 두산...2015시즌 명암은?

김용희, 김태형 감독은 물론 연임에 성공한 선동열 감독에 이르기까지 최근 사령탑을 발표한 구단들은 공통적으로 팀 내부 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감독들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SK와 두산은 올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의 실패 원인을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소통 부재에서 발견,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인사를 찾는데 주력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하지만 SK와 두산의 선택이 동일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먼저 김용희 감독은 최근 3년 여 동안 SK와 한솥밥을 먹었을 뿐 현역 시절에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던 상황인 반면 김태형 감독은 두산의 프랜차이즈 선수 및 코치 출신이지만 최근 몇 년 간은 SK 배터리 코치를 도맡았다. 이 부분은 양쪽이 전혀 상반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김용희 감독이 롯데와 삼성, 두 팀의 감독으로 비교적 풍부한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면 김태형 감독의 경우 배터리 코치 외에 한 팀의 총사령탑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슷한 듯 다른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김용희, 김태형 감독의 목표는 결국 하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달렸던 SK와 두산을 다시 한 번 명문구단으로 도약시키는 것. 다소 모험적인 감독 선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SK와 두산이 10개 구단의 출범을 알리는 2015시즌에 명예회복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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