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전 첫 타석 삼진, 멀티히트로 끝내 만회...온갖 굴곡 이겨낸 올시즌 모습의 축소판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22일 인천구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14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예선 첫 경기에서 15-0,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이날 '대표팀의 4번타자' 박병호는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뛴 경기에서 나름대로 제 몫을 다해냈다.
하지만 스스로가 언급했듯 창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이 태국전에서 연출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날 태국이 앞세운 선발 시하맛 위사루드에게 첫 타석부터 두 차례의 헛스윙을 포함, 6구째에 삼진을 당하고 만 것.
그에 앞선 세 타자가 모두 출루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한국 타선이 1회에만 무려 8점을 몰아치는 사이 유일하게 삼진을 당했다는 점에서 4번타자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상대 선발투수가 주로 시속 110km대의 느린공을 던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1회 타자일순하며 다시 돌아온 기회에서도 박병호는 상대의 실책이 없었더라면 3루수 땅볼로 물러나 자칫 한 이닝에 아웃카운트 2개를 기록할 뻔 했다.
그러나 이후 두 타석에서 박병호는 좌익수 왼편을 가르는 2루타와 좌전안타를 차례로 때려내면서 결국 명예회복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결국에는 극복해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극복에 성공한 박병호가 이내 무시무시한 괴력을 이어갔다는 점이 더더욱 중요하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시즌 도중 박병호를 두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 적이 있다.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으나 지난 두 시즌과는 달리 굴곡을 겪은 적이 유독 많았고, 이를 매번 이겨내는 과정에서 한 차원 더 성장했다는 것.
염 감독의 설명대로 들쑥날쑥한 모습이 올시즌 박병호에게서 몇 차례 감지됐다. 5월 한 달 동안 타율 3할2푼1리 14홈런을 몰아치며 단숨에 홈런왕 경쟁에서 치고 올라갔지만 7월에는 타율 2할6푼7리 4홈런에 그쳤고, 30홈런을 앞둔 상황에서는 12경기 만에 아홉수를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40홈런을 터뜨린 직후에도 7경기 연속 짜릿한 손맛을 느끼지 못하는 등 침체기에 놓였고, 그 사이 팀 동료 강정호가 매서운 뒷심을 발휘하면서 홈런왕 3연패를 위협받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8월31일 삼성전에서 모처럼 담장을 넘기는 아치를 그려낸 박병호는 바로 다음 경기였던 9월4일 NC전에서 무려 홈런 4방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 다시 한 번 독주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 밖에 이미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27차례의 삼진을 당하는 등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박병호의 올시즌은 결코 순탄하게만 흘러온 것이 아니다. 염경엽 감독이 박병호를 높이 평가하며 그를 톱클래스로 인정한 것은 결국 이같은 힘든 시기들을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그가 발휘한 남다른 정신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에서의 박병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병호는 경기 직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뛴 첫 경기였기 때문에 긴장이 됐다"는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올시즌 48홈런을 폭발시키면서 더욱 높아진 주변의 기대치와 함께 첫 태극마크 및 주장에 대한 책임감까지 한 번에 찾아오면서 천하의 박병호도 초반에는 부담감을 떨쳐낼 수 없었던 것.
그러나 결국 첫 안타를 기록하면서부터 이러한 긴장 상태를 떨쳐낼 수 있었고, 다음 타석에서 곧바로 멀티히트에 성공하며 극복 정신을 발휘해냈다.
박병호는 "창피했지만 삼진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으려 한다"고 운을 뗀 뒤 "또한 앞으로 상대하게 될 투수들을 국내 선수로 생각하고서 준비하도록 하겠다. 점수를 뽑을 수 있을 때 많이 내서 최대한 빠르게 분위기를 가져가겠다"며 매 경기 진지한 모습 속에서 본인만의 스윙을 해나갈 것임을 다짐했다.
한국은 오는 24일 대만과의 피할 수 없는 진검 승부를 앞두고 있다. 태국전에서 예방주사를 확실하게 맞은 박병호가 과연 대만전에서 '극복의 힘'을 폭발시키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