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대표팀이 한국을 맞아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0-15, 5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경기를 즐기는 모습은 승자와 패자의 구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문학=박대웅 기자] 전력상 한국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묵묵히 최선을 다해 경기를 소화했다. 이와 같은 태국 야구대표팀의 모습에 경기장을 찾은 한국 팬들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태국과의 경기에서 15-0,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태국은 프로리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야구가 대중화 되지 않은 국가다. 실제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태국 대표팀 사령탑 도쿠나가 마사오 감독은 "태국은 야구를 보통 15세부터 시작하는데 총 인원이 100명 정도 밖에 없을 만큼 아직까지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며 "이번 대회에도 대학생 20명을 비롯해 고등학생이 4명, 군인이나 교사 등 사회인도 5명 출전했다"며 태국 야구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선수가 프로팀 핵심 멤버로 꾸려진 한국을 꺾는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날 태국은 1회말부터 한국 타선에 무려 8점을 내주며 끌려가는 경기를 펼쳐야 했다. 선발투수 시하맛 위사루드의 공 스피드는 시속 110km대에 불과했고, 제구에서도 문제점이 많았다. 야수들 역시 평범하게 솟은 공을 어이없이 놓치거나 송구 과정에서 실책성 플레이를 남발했고, 타선에서는 난생 처음 접해볼 한국 투수들의 강속구 앞에 헛방망이를 돌리기 일쑤였다.

결국 4회에만 이미 한국에게 15점을 허용한 태국은 5회초마저 득점에 실패하며 콜드게임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태국 선수들은 처음부터 경기를 즐기려는 기색이 가득해보였다. 선수들끼리 종종 도움을 주고받으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공을 칭찬했고, 잦은 실수에도 서로를 격려하는 등 승패에 연연하기보다 최선을 다해 한국 야구에 맞섰다.

이 과정에서 0.2이닝 8실점을 기록한 선발 시하맛은 한국 최고의 거포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잠재우는 잊지 못할 경험을 했고, 3루수 클락 알렉산더는 몇 차례의 호수비와 함께 3회 들어 태국의 첫 안타를 생산해내는 등 두드러지는 활약으로 한국 팬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경기를 마치고 도쿠나가 마사오 감독은 "굳이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승리를 할 수 있었던 한국이 태국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상대해줘서 경외를 표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4번타자 겸 중견수로 출전한 다루 조셉 매튜 역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한국 선수들의 실력 뿐 아니라 팬들의 응원 문화 역시 너무나도 좋았다. 더욱 경쟁력을 갖춘 뒤 한국 대표팀과 다시 맞붙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승패보다는 강팀 한국을 상대해 본 경험에 높은 의미를 부여했다.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인들이 펼치는 '축제의 장'이다. 태국이 바로 한국과의 맞대결을 통해 축제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이들이 최선을 다해 잡아낸 12개의 아웃카운트는 한국이 뽑아낸 15점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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