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서 본 포지션 아님에도 맹활약… 본인도 "포지션 상관없다"며 의지 다져

이젠 어느덧 대표팀의 중고참으로 성장한 강정호(27·넥센). 그는 지난 국제대회에서 본 포지션이 아닌 3루수로도 맹활약 하며 멀티포지션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이젠 그의 경험을 대표팀에 녹아내야 한다. 사진=한국아이닷컴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형래 기자]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서 이젠 어느덧 중고참의 자리에 오른 강정호(27·넥센). 그는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최근 국가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맹활약 했다.

특히 광저우 대회에선 6할1푼5리(13타수 8안타) 3홈런 8타점으로 금메달 획득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경우 국제대회 경험만큼은 강정호를 따라올 선수가 없다. 김상수(24·삼성)가 2013 WBC에서 활약했지만 내야진에서 경험과 실력 면에서 강정호는 대표팀 내야진의 '실질적 리더'다.

그의 대표팀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멀티 포지션'의 경험 때문이다.

강정호는 광저우 대회와 WBC에서 자신의 포지션인 유격수와 더불어 3루수로도 활약을 펼쳤다. 광주일고 시절부터 전천후 내야수로 활약한 강정호이지만 프로에서, 더군다나 단기전에서 낯선 포지션을 보는 일은 여간 긴장되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강정호는 이런 부담감을 말끔히 씻었다. 당초 주전 유격수 손시헌(NC)의 뒤를 받치는 백업으로 광저우 대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주전 3루수로 나섰던 최정(SK)이 부진하면서 강정호는 3루 자리를 꿰찼고 그 공백을 깔끔하게 메웠다. 강정호는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두 차례 투런포를 터뜨렸고 수비에선 파울플라이를 펜스에 부딪히며 슬라이딩 캐치하면서 투혼을 보였다. 강정호의 이 수비 장면은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야구 대표팀 하이라이트의 단골 손님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대표팀의 내야 구성을 포지션별로 보면 1루수 1명(박병호), 2루수 1명(오재원), 유격수 2명(강정호, 김상수), 3루수 2명(황재균, 김민성)으로 구성돼 있다. 박병호와 오재원이 홀로 지켜야 하는 1,2루간 양적 자원이 부실하다. 이때문에 대표팀이 멀티 포지션을 가동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항간에는 내야진 구성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이 들렸다. 그렇기에 강정호의 '멀티포지션' 경험은 필요하다.

경기 후반 수비 강화나 불가피한 상황이 닥쳤을 때 내야 백업으로 예상되는 김상수나 황재균, 김민성이 내야 주포지션이 아닌 다른 곳을 지켜야 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주전 유격수로 나서야 하는 강정호가 엄지 손가락 부상으로 9월 한 달 간 리그 출장을 하지 못하면서 내야진은 계획을 수정해야 할 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강정호의 경험과 조언이 필요하다.

낯선 포지션과 국제대회라는 부담감 때문에 긴장이 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대표팀 선배의 조언과 한마디라면 긴장감을 눈 녹듯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강정호는 지난 대회들과 달리 조언을 받는 입장이 아닌 조언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본인도 2010년 첫 국가대표 발탁됐을 때와 위상이 달라진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지금은 후배들이 많다. 때문에 내가 받았던 만큼 후배들에게도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밝혔다.

그는 또한 이번 대표팀에서도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유격수 뿐 아니라 3루수, 외야, 포수에 배치가 된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말하며 의지를 다졌다. 이전 경험들로 비춰볼 때 강정호의 의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강정호의 '멀티포지션' 경험이 대표팀에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될 수 있을까. 그의 경험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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