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족한 중심타자에 비해 톱타자감 부족… 민병헌,오재원,황재균 등 물망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형래 기자]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4번째이자 지난 2010 광저우 대회에 이은 2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에 큰 고민은 무엇일까. 타선쪽으로 초점을 맞추자면 확실하지 않은 톱타자 자리가 화두다.

야수 13명(포수 2명 포함)이 뽑힌 타선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방안은 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 중 하나다. 그 중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해야하는 톱타자 자리가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것이 큰 문제다.

박병호와 강정호(이상 넥센), 김현수(두산), 나성범(NC) 등 중심타선에서 주자들을 쓸어담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들은 즐비하다.

그러나 이들 앞에서 루상에 나가 상대 배터리들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확실한 톱타자감이 없다는 것이 현재 대표팀 야수 자원이 갖고 있는 한계다. 출루가 안된다면 중심타선의 효용도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용규, 정근우(이상 한화), 이종욱 등 대표팀의 터줏대감들이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공격 첨병에 대한 고민은 더욱 심화됐다.


대표팀 내에서 가장 많이 1번 타자로 출장한 선수가 민병헌(두산)이다. 하지만 쟁쟁한 대표팀의 외야자원들 속에서 주전으로 나설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현재 대표팀 선수들 중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이 1번에 포진했던 선수는 민병헌(두산)이다. 올시즌 472타석에 들어선 가운데 1번타자로만 422타석을 맞이했다. 리그에서 1번 타자로는 서건창(넥센·548타석), 야마이코 나바로(삼성·474타석)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톱타자 경험 만큼은 현재 대표팀 내에서 민병헌을 따라올 선수가 없다.

1번 타자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출루율 역시 4할9리를 마크하며 전체 19위에 올라있다. 또한 11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장타력도 겸비했다.

하지만 대표팀의 구성상 민병헌이 주전 외야수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표팀 외야진에는 우익수 손아섭(롯데), 중견수 나성범, 좌익수 김현수라는 확실한 주전급 선수들이 자리잡고 있다.

올시즌 대부분을 우익수로 출장한 민병헌이다. 다만 9월 11경기 2할 (40타수 8안타) 2홈런 5타점으로 페이스가 뚝 떨어진 나성범의 자리에 민병헌이 대신 중견수로 출장할 수도 있다. 과거 중견수로도 출장한 경험이 다수 있는 민병헌이기에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수비 능력이 뛰어난 민병헌일지라도 불안감은 상존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빠른 발을 보유해 베이스런닝에서 문제는 없지만 도루에서 14개(성공률 63.6%)로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국제대회에서 '1번 중견수 민병헌'의 카드가 활용될 수 있을지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대표팀 내에서 가장 도루를 많이 기록한 오재원(두산). 또한 가장 톱타자에 적합한 성향을 가졌다. 하지만 9월 페이스가 떨어진 것이 아쉽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1번 타자 출장 횟수는 적지만 대신 대표팀 내에서 가장 톱타자의 성향에 가장 가까운 오재원(두산) 역시 후보 중 한 명이다.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대표팀에 승선했다. 올시즌 3할2푼4리 5홈런 38타점 54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팀 동료 민병헌보다 약간 높은 4할1푼의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도루 역시 30개(성공률81%)로 팀내 1위이자 리그 7위에 올라있는 등 빠른 발과 베이스런닝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대표팀 내 유일하게 2루 자원으로 뽑혔기에 에 1번 오재원 카드가 가장 강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방안이다. 군 문제 때문에 동기부여 역시 확실하다.

그러나 9월 들어 페이스가 떨어졌다. 9월 6경기서 2할1푼4리(14타수 3안타)이고 도루는 전혀 추가하지 못했다. 리그에서도 휴식기 전 4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 컨디션 난조가 대표팀의 1번 타자 구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최근 1번 타자로 나서며 롯데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황재균. 하지만 톱타자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 1번 타자의 경력 역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일천하다. 무엇보다 도루 성공률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1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황재균(롯데)이 후보다. 황재균은 지난달 26일부터 롯데 타선의 활로를 뚫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성적 역시 나쁘지 않다. 1번 타자로 나온 14경기서 3할3리 3홈런 1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도 3할7푼으로 수준급이다.

그러나 리그에서 활약이 국제대회까지 이어지리라는 보장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정통 1번 타자가 아니라는 점과 뛰는 야구를 구사할 시 확실한 카드가 아니라는 것이 걸림돌이다. 황재균의 베이스런닝은 수준급이다. 그러나 도루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올시즌 황재균의 도루 갯수는 15개이지만 성공률이 60%로 높지 않다. 확률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국제대회와 단기전의 특성상 국제대회에서 '1번 황재균'은 위험부담이 크다.

대표팀 타순의 구상은 오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와의 연습경기 때 어느 정도 드러날 예정이다. 과연 대표팀의 라인업 카드 가장 윗 칸에 적히는 선수는 누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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