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조짐' 앨버스-타투스코, 토종 선발진 붕괴 위기를 막아라

한화의 외인 투수 듀오 앨버스와 타투스코가 최근 팀 토종 선발진의 도미노 붕괴 현상을 막아낼 수 있을까?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한화는 올시즌도 ‘외국인투수 잔혹사’를 피해가지 못한 팀이다. 그러나 이제는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에 가장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한화는 지난 30일 목동 넥센전에서 2-6으로 패하며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 기간 동안 한화는 토종 선발진이 연달아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을 경험하며 상대팀에게 무려 41점을 헌납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27일 대전 KIA전 선발로 나선 송창현이 불행의 시작을 알렸다. 송창현은 1.2이닝 동안 무려 피홈런 4방을 얻어맞는 등 7피안타 3볼넷 1탈삼진 10실점이라는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29일 목동 넥센전에 등판한 ‘팀 에이스’ 이태양 역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그는 2.2이닝 동안 7피안타(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8실점(7자책점)을 기록, 올시즌 선발 최소 이닝 및 두 번째로 많은 실점을 내준 채 마운드를 물러났다. 넥센전 4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2.64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천적 관계의 피식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 승선의 기쁨도 하루아침에 머릿속에서 지워낼 만큼 충격의 여파가 컸다.

김응용 감독은 전날 경기를 앞두고 “선발진이 5회까지만 버텨준다면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니 참으로 아쉽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내심 김혁민이 부활의 날갯짓을 펼쳐주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응용 감독의 바람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김혁민 역시 아웃카운트를 단 4개밖에 잡지 못한 가운데 4피안타(2피홈런) 3볼넷 1탈삼진 4실점을 허용하며 2회에 일찌감치 조기 강판되고 말았다.

이처럼 한화의 토종 선발진은 최근 3경기 도합 5.2이닝 22실점(21자책점)이라는 믿기 힘든 부진을 겪으며 차례로 무너졌다. 설상가상 조만간 선발로 보직을 옮길 가능성이 있는 유창식마저 최근 3번의 불펜 등판에서 3이닝 6피안타 1볼넷 1사구 2탈삼진 5실점(2자책점)으로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31일 선발투수로 예고된 앨버스와 그 다음 로테이션을 지키게 될 타투스코의 최근 반등은 기대를 불러 모으는 요소다.

사실 한화는 올시즌 ‘외국인투수 농사’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클레이는 3승4패, 평균자책점 8.33이라는 성적표를 남긴 채 10경기 만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짐을 싸야했고, 앨버스도 5월 이후 두 달 동안 총 9경기에서 7연패를 기록하는 등 팬들의 속을 썩였다.

클레이를 대신해 한화 마운드를 책임지게 된 타투스코 역시 팀 합류 이후 4경기(선발 3경기) 동안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9.88(13.2이닝 15자책점)로 클레이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미미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앨버스는 7월의 3경기에서 2승을 따내는 등 평균자책점 3.38(16이닝 6자책점)로 호투하며 그동안에 알고 있던 앨버스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의 반전을 이뤄냈다. 지난 10일 지긋지긋한 7연패의 사슬을 끊어낸 팀이 넥센(6이닝 비자책 2실점)이었다는 점도 7월의 마지막 등판에 기대를 불러 모으는 대목이다.

타투스코도 지난 26일 KIA전에서 6이닝 3피안타 5볼넷 8탈삼진 1실점의 역투를 통해 마침내 한국무대 첫 승을 신고하는 등 희망적인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22일 NC전부터 최근 8경기 동안 3승5패를 기록한 한화는 총 87점(경기당 10.9점)을 내주며 구멍 뚫린 마운드의 비극을 온몸으로 실감해야 했다. 그러나 두 외국인 투수가 선발로 나선 2경기에서는 도합 4점만을 허용한 채 연승을 기록하는 성과를 남겼다. 섣부른 판단일수 있지만 이제는 마운드의 중심이 외국인 투수 쪽으로 서서히 넘어오는 모양새다.

30일 경기 이후 김응용 감독은 “선발투수들의 역할에 계속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내일 경기 잘하겠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7월의 마지막과 8월의 시작을 책임질 앨버스와 타투스코가 다시 한 번 훤칠한 외모값을 해주며 김응용 감독의 고민을 덜어줘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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