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이 선수 생활에서 후회스러웠던 점을 떠올리며 박병호와 강정호가 보다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기를 기원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목동=박대웅 기자]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보라고 이야기해줬습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30일 목동 한화전을 앞두고 본인의 실패했던 선수 생활에 대해 되돌아보는 모습을 보였다. 염 감독은 지난 1991년부터 통산 10시즌 동안 896경기에 출전, 타율 1할9푼5리 5홈런 110타점 197득점 83도루의 성적을 남긴 뒤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염 감독은 “1할대 타자가 감독이 됐다는 이야기는 요즘도 자주 듣는 말이다. 사실 선수로서의 내 인생은 실패라고 볼 수 있다”고 운을 뗀 뒤 “물론 내가 못했기 때문에 누구도 탓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깨우친 것이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간절함과 절실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고 말을 이어갔다.

염 감독은 선수 시절의 모습을 “후회해도 돌아갈 수 없는 곳”이라고 정의한 뒤 과거 자신의 못난 마음가짐에 대해 고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실 대학 때에는 야구를 프로에 입단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저 재미로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본 뒤에야 비로소 프로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 때가 대학 4학년이었다. 1, 2학년 때는 도망도 많이 쳤고, 혼이 나면 ‘야구를 그만두고 나중에 카페나 차려서 편히 살면 그만이다’는 철없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염경엽 감독은 “태평양 입단 직후에도 모든 일에 ‘대충’이라는 생각을 자주했다. 운 좋게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는 등 원하던 바를 이루기도 했지만 딱 그만큼에 만족하고 살았다. 결국 놀고먹으며 안주하다보니 1할타자가 될 수밖에 없었고, 통산 1000경기도 채우지 못했다. 선수 시절 남긴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며 당시의 안일한 마음가짐에 지금도 후회가 크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올시즌 홈런 1, 2위를 기록 중인 것을 비롯해 최고의 타자로 인정받고 있는 박병호와 강정호에게도 염 감독은 현재에 안주하고 만족하기보다 더 높은 곳을 볼 수 있도록 주문했다고 밝혔다. 남이 아닌 자기 자신과 싸워서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염경엽 감독은 박병호, 강정호가 현 시점에도 최고의 경지에 올라있지만 이보다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염 감독은 “반드시 기록이 올라가는 것만이 성장은 아니다. 현재의 모습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 자체로도 하나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어 염 감독은 “강정호는 매시즌 한 달 가량 꼭 겪어왔던 슬럼프를 올시즌 무사히 넘기고 있다. 이런 것 역시 발전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다. 또한 박병호도 2년 차 MVP 때에는 타율이 2할9푼에서 3할대로 상승했는데 이는 연습량 증가 및 기술 발전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볼넷 등을 통해 출루하려고 노력하는 등 참을성을 키운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두 선수가 성장해온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이라는 말이 있다. 일을 이루기는 쉽지만 지키는 것은 어렵다는 뜻이 담긴 말이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현재의 자리를 보다 오랫동안 지켜내기 위해 박병호와 강정호가 마음속에 항상 간직해야 할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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