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사임 내홍 등 지난 시즌 2위의 수모…변화 조짐 보이며 반등, 후반기 기대 폭등

LG는 16일 현재 5위 두산과 6위 KIA를 2경기 반, 2경기 차이로 바싹 쫓고 있다. 4위 롯데와의 승차 역시 5경기 반. 4강 싸움을 포기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김성태 기자] 지난 시즌 11년만에 유광점퍼를 입게 된 LG 팬들은 말 그대로 행복했다. 그 기세를 이어 올 시즌에도 팬들은 LG의 선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그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지난 시즌 이닝이터로 LG 마운드의 희망이 되어주었던 리즈를 붙잡지 못한 데 따른 후유증을 겪으면서 팀은 수렁에 빠졌다.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성적부진을 이유로 김기태 감독은 LG를 떠났고, 조계현 수석코치가 대행을 맡았지만, 팀은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양상문 신임감독이 선임되며 LG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작은 변화였지만, 팀은 점차 수렁에서 벗어났다.

LG는 16일 잠실 삼성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올 시즌 전반기를 마감했다. LG의 전반기 성적은 35승1무44패, 승률 4할4푼3리로 7위. 지난 시즌 페넌트레이스를 2위로 마감한 LG였기에 7위라는 순위는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초반부터 꼬였던 팀 분위기나 성적이 그나마 안정세를 찾으며 현재까지 올라왔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 씁쓸한 4월의 기억, 끝없는 추락

지난 시즌, 1선발에서 제 역할을 해주었던 리즈의 공백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중간투수들의 부담을 상당히 줄여주었던 리즈의 대체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코리 리오단과 에버렛 티포드가 그 자리를 대신 매웠지만 리즈만큼의 역할을 기대하기엔 무리였다. 리오단은 4월 5경기에서 1승 3패만을 거뒀고, 티포드 역시 4경기에서 1승 1패만을 기록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 12승을 거두며 승리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에이스 류제국의 난조 역시 아쉬웠다. 4월 5경기동안 28.2이닝을 던지고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32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위력적인 피칭은 여전했지만, 고비 때마다 팀 타선의 도움이나 불운이 겹치면서 첫 승을 신고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규민 역시 4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59를 기록하며 2패만을 기록, 승리를 챙기지 못했고 야심차게 데려온 김선우는 2경기만을 치른 뒤, 자취를 감췄다. 신인 임지섭의 반짝호투가 있었지만 좀 더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선발진의 난조와 더불어 타선 역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특히 4월 22경기동안 29개의 병살타를 쳐냈다. 타점 역시 SK가 133개을 따낸 것에 비해 88개만을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점수는 얻지 못한 채, 스스로 무너진 꼴이 됐다.

4월 22경기에서 LG가 올린 승리는 단 6승. 승률은 0.286에 불과했다. 특히 4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직에서 치러진 롯데와의 3연전에서 두 번의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1승1무1패를 기록한 것이 성적 하락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총력전의 피로감에 젖었던 LG는 5연패를 당한 뒤, 18일 한화전에서 겨우 승리를 따냈지만 다시 5연패를 당하며 결국 최하위인 9위로 떨어졌다.

▲ 김기태 감독의 사퇴, 그리고 새로운 변화

결국 4월 23일 성적부진으로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 했다. 시즌 도중, 그것도 초반에 빠진 감독의 빈 자리는 팀 사기저하에 결정타였다. 조계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지만 팀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결국 5월 13일 LG는 MBC 해설위원을 맡고 있던 양상문 전 롯데감독과 전격 계약하며 새로운 출발을 신고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감독직을 맡았기에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양 감독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팀을 안정시키면서 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취임 당시 마운드의 안정을 가장 우선시 하겠다는 양 감독의 다짐대로, 13일 롯데전 이후 곧바로 리오단의 불펜피칭을 직접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전반적인 투수진 점검에 들어갔다. 덕분에 투수진은 점차 안정세를 찾아갔다.

양 감독이 부임한 5월 13일을 기준으로, 그 전까지 류제국은 7경기 동안 1패, 우규민은 7경기 동안 2승 2패, 리오단은 7경기동안 1승 5패, 티포드는 5경기 동안 1승 1패만을 기록했다.

하지만 4명의 투수 모두 양 감독 부임 후 성적이 좋아졌다. 6월 24일까지 류제국은 6경기에서 3승 2패, 우규민은 7경기에서 3승 2패, 리오단은 2승 1패, 티포드는 7경기에서 3승1패를 기록하며 이전과는 다른 상승세를 보였다.

타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석코치의 자리를 비우는 대신, 김무관 타격코치를 1군으로 올리며 전반적인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7번 이병규를 시작으로 박용택, 이진영과 같은 고참 선수들이 든든히 버티는 가운데, 유격수 오지환을 필두로 정의윤, 김용의, 백창수 등과 같은 젊은 선수들 역시 제 몫을 해주었다.

특히 포수 최경철의 재발견은 팀 상승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윤준과 윤요섭의 부재 속에서도 군말없이 자리를 지킨 최경철의 든든함은 그의 석자 이름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전반적인 팀 상승세는 결국 순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4월 6승1무15패(승률 0.286)로 최하위였던 성적은 5월 24경기에서 10승14패(승률 0.417)을 기록했고 6월 21경기에서도 10승11패(승률 0.476)를 기록했다. 6월13일 기준으로 9위였던 성적은 8위로 상승했고 결국 7월 첫 상대인 한화와의 3연전을 모두 승리로 가져가며 SK를 제치고 7위까지 올라왔다.

▲ 후반기 LG의 행보는?

LG는 현재 5위 두산과 6위 KIA를 2경기 반, 2경기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 4위 롯데와의 승차 역시 5경기 반. 4강 싸움을 포기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항상 멀리 보지 않되, 매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조금씩 팀을 변화시켜왔다. 타선에서는 조쉬벨의 퇴출과 더불어 새로운 외국인타자 스나이더의 합류, 그리고 채은성과 박경수, 백창수와 같은 백업 자원들의 활용도를 조금씩 높여가며 팀의 중심인 베테랑 선수들의 체력관리에 중점을 두었다.

마운드 역시 5선발 임정우를 꾸준하게 기용하며 팀 리빌딩에 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으며, 불펜 역시 좌완 신재웅과 윤지웅을 시작으로 유원상, 정찬헌, 이동현, 봉중근을 중심으로 LG만의 마운드 시스템을 조금씩 구축해나갔다.

전반기 마지막이었던 삼성과의 2경기에서 LG는 투타에서 모두 압도, 완벽하게 승리를 일궈냈다. 팀 자체가 안정화 되면서 이제는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선수단 내에서도 돌고 있다. 뿐만 아니라 후반기에는 잠시 주춤했던 김용의와 더불어 지난 시즌 알짜배기 활약을 보여준 신정락의 복귀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시즌 초반에 보여줬던 무기력한 패배의 모습은 뒤로 한 채, 이제는 매 경기 쉽게 지거나 포기하는 경기는 없다. 지더라도 끝까지 따라 붙으면서 나름의 근성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LG는 11년만에 가을야구를 치르며 단맛을 본 경험이 있다. 결국 그 때의 느낌은 분명히 선수들에게 남아있다. 상위권 도약은 무리더라도 4강 싸움에는 충분히 뛰어들 수 있는 상황.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뒤, LG는 첫 경기를 6위인 KIA와 맞붙게 된다. 후반기에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할 KIA와의 첫 대결은 그만큼 중요하다. 과연 LG가 쾌조의 스타트를 보이며 후반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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