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에 녹여낸 삼성 포식자 니퍼트의 냉정, NC 피식자 이태양의 열정

삼성 포식자 니퍼트(좌)와 NC 피식자 이태양(우)이 13일 제각각 마운드에 올라 승리에 도전한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13일 마운드에 등판하는 총 8명의 선발투수 가운데 서로 상반된 입장에 놓여있는 두 명의 선수가 눈에 띈다. 바로 두산의 니퍼트(33)와 한화의 이태양(24)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니퍼트는 대구 삼성전에서 마틴과 나란히 등판하고, 이태양은 마산 NC전에서 찰리와 운명의 승부를 펼친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니퍼트는 삼성 앞에만 서면 강한 면모를 드러내고 이태양은 NC를 상대로 고개를 숙이는 일이 잦았다는 점이다. 한 명은 천적관계의 포식자, 또 한 명은 피식자의 입장에서 제각각 경기를 펼치게 됐다.

니퍼트는 삼성전 통산 14경기에 등판해 10승1패 평균자책점 1.92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였다. 올시즌 역시 두 차례 맞대결에서 각각 7이닝 무실점(4월16일), 9이닝 2실점(5월10일)을 기록하며 모두 승리투수와 인연을 맺었다.

특히 5월의 경기에서는 올시즌 첫 완투승의 주인공이 되며 개인 통산 7번째 완투(완투승은 6회)를 챙기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완투에 성공한 투수가 니퍼트와 밴덴헐크 밖에 없음을 감안한다면 그날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는 어느덧 레스(전 두산)와 함께 외국인 투수 통산 최다 완투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이태양은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NC전 통산 평균자책점이 11.42(8.2이닝 11자책점)로 매우 부진하다. 지난해 4번의 불펜 등판 중 8월2일(1.2이닝 무실점) 경기를 제외하면 매 등판마다 NC 타선에 점수를 내줬다. 올시즌에는 선발로 처음 NC와 맞붙었지만 3이닝 7실점(6자책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극도의 타고투저 흐름 속에서도 평균자책점 4.04로 호투하고 있는 이태양은 다소 무의미한 설정일 수 있지만 NC전을 제외할 경우 평균자책점이 3.13까지 떨어진다. 본격적인 선발로 나선 5월 이후 6번의 등판에서 4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5월21일 넥센전도 5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까지 단지 1이닝이 부족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사실상 유일하게 무너졌다고 볼 수 있는 NC전이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선수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마음가짐이 있다. 바로 좋은 투구 내용이든 그렇지 않든 등판 다음날이 되면 모든 것을 잊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점이다.

니퍼트는 삼성전 완투승 이후 “단기 기억상실증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한 번 부진해도 다음 경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항상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나서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태양 역시 NC전 등판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다. 그런 날도 있다”며 쿨한 반응을 드러내더니 바로 다음 경기인 6월1일 대전 SK전에서 보란듯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태양은 NC전 부진에 대해 “선발로 던지다보면 맞는 날도 있다. NC와의 맞대결 다음날 모든 아쉬움을 잊었고, 새롭게 준비를 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는 두 선수지만 13일 등판에서는 처한 상황이 상반되기 때문에 마음가짐도 그만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니퍼트는 삼성전에 특별히 강한 비결을 묻자 “삼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느 팀이 됐든 항상 최선을 다한다. 삼성전에 따로 준비하는 것은 없다”는 답변을 건넸다. 겸손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의 눈빛에는 삼성에 대한 자신감과 여유가 물씬 묻어났다.

올시즌 니퍼트는 극도의 부진을 겪던 중 삼성을 만나 두 번 모두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7일 넥센전에서 6이닝 7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으나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이태양은 NC와의 재대결 목표에 대해 “한 번 당했으니까 갚아주고 싶다”는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그는 이어 “마산구장은 마운드가 높아 공을 던지기 편하다. 2군에 있을 때에도 자주 던져봤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뒤 “지난 대결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지만 다음 등판 때도 똑같이 던질 생각이다. 정보가 새어나가도 상관없다. 어떻게 치는지 한 번 보고 싶다”며 당찬 패기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평소대로 하겠다”는 입장은 같지만 니퍼트는 냉정을, 이태양은 열정을 그 속에 집어넣었다. 물론 정답은 없다. 과연 두 선수가 13일 등판 이후 받게 될 각각의 성적표는 비슷한 양상을 나타낼지 상반된 모습을 보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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