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독수리 마운드 '수호신' 부상
잦은 등판 '혹사 논란?' 걱정 마세요

김응용 한화 감독이 한가지 걱정을 덜었다. 뒷문의 불안함은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다.송창식(28)이 허약한 한화 마운드의 든든한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급할 때마다 송창식을 부른다. 벌써 23차례나 마운드에 올렸다. 급한 불을 꺼달라는 뜻이다. 송창식은 ‘왜 자꾸 부르냐’고 입이 튀어 나올 만도 하지만 묵묵히 마운드에 올라 1구원승 7세이브로 8차례 구원에 성공했다. 팀이 거둔 14승 중 57%의 승리 지킴이 역할을 해냈다.

송창식은 28일 잠실 LG전에서도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이닝 3삼진 무실점(1볼넷) 으로 시즌 7세이브(1승3패)째를 올렸다. 이대수의 1회초 선두타자 홈런과 8회에 터진 김태완의 결승 홈런으로 만든 4-3의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송창식은 선발 바티스타의 뒤를 이어 8회말 등판, 7타자를 상대하며 딱 한 번 볼넷만을 내주고 출루를 허락하지 않았다. 1점차의 승부였기에 자칫 뒤집힐 수 있었다. 더욱이 바티스타가 8회말 선두타자 박용택에게 2루타를 허용한 터라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송창식은 LG 타선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안경이 습기로 뿌옇게 흐려졌지만 흔들리지 않고 LG의 공격에 맞섰다. 9회말 손주인을 삼진으로, 이어 오지환을 투수 번트아웃으로 재빨리 잡아낸 뒤 마지막 김용의의 타구가 좌익수 뜬공으로 잡히자 그제서야 안경을 벗어 땀을 닦았다.

이날 경기 직후 짐을 챙기는 그의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등에서는 땀과 열기가 섞여 아지랑이가 피어 오를 정도였다. 그러나 표정은 마운드에 오를 때만큼 단호했다. 송창식은 “최근 투구 밸런스가 좀 흔들렸는데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했다.

송창식은 경기를 지켜낸 원인으로 자신감을 들었다. 앞서 지난 25~26일 삼성전에 연투하며 자신감을 부쩍 회복했다. 1위 삼성과 싸우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 송창식은 “스스로 어렵다고 느낀 경기였지만 반대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송창식이 한화 마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때문에 박빙 승부에는 반드시 그가 필요하다. 송창식은 지난 26일 삼성전에 이어 하루 쉬고 이날 마운드에 올랐다. 잦은 등판에 팬들 사이에서는 혹사 논란까지 일었다. 더구나 ‘버거씨병’(폐쇄성 혈전혈관염)이라는 희귀병을 앓았던 터라 잦은 등판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송창식은 “선수가 자주 경기에 나가야 하지 않냐”며 “선수라면 모든 경기를 부담을 가지고 임한다. 하지만 그 부담을 즐기려 하니 결과도 좋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창식은 팬들이 걱정하는 점을 잘 알고 수시로 김 감독과 상의한다. 벤치에서도 송창식에게 무리할 만큼 경기 출전을 권하지 않는다. 송창식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려면 체력 관리가 중요한 점을 잘 알고 있다. 송창식은 “아직 남은 경기가 많아 나 스스로도 혹사를 하지 않으려 러닝 등 체력 비축을 하는 편이다. 팬들에게 자주 얼굴을 보이려면 건강이 최우선 아니겠냐”며 그제서야 희미한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잠실구장의 3루 덕아웃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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