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있는 걸 깨워서 라면 끓이라고 했지."

롯데 홍성흔(36)이 '1군 복귀' 초읽기에 들어간 후배 정대현(34)의 소식에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18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정)대현이가 사이판 전지훈련에서 통증을 참고 훈련하다 수술까지 받았다. FA 부담감 탓에 팀에 보여주고자 하는 의욕이 컸던 것 같다"며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해줬다. 마침내 실전 피칭이 가능해졌다니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2년 간 경희대에서 룸메이트를 했다. 그런데 내가 봐도 참 못살게 굴었다"고 대학시절에 얽힌 흥미로운 사연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홍성흔은 경희대 3학년 때부터 2년 간 정대현과 같은 방을 썼다. 방장 선배와 방졸 후배의 관계. 모 아니면 도다. 혹자는 친형처럼 살갑게 대해주기도 하고, 혹자는 마냥 부려먹는다. 홍성흔은 딱 중간이었다. 평상시 잘 해주면서도 선후배 질서가 엄격한 학교 전통에 따라 잦은 심부름을 시켰다.

라면 끓이라는 명령은 가해자(?)인 본인이 생각해도 좀 심한 듯싶다. "보통 대현이는 오후 10시쯤 잠을 잤는데, 11시쯤 자는 걸 깨워 라면을 끓이라고 했다. 그러면 아무 말 없이 라면을 끓이곤 다시 잔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라면을 다 먹은 뒤 또 다시 깨워서 치우라고 시켰다. 내가 좀 심하긴 심했던 것 같다." 이어지는 말은 더 세다. "그런데 참 대현이가 라면은 기막히게 끓였지." 홍성흔은 한 동안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래도 후배 챙기는 건 선배밖에 없다. "보통 부부 사이는 서로 성격이 달라야 잘 맞는다고 한다. 대현이와의 룸메이트 생활도 딱 그랬다. 내가 말이 많은 반면 대현이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아 오히려 편한 생활을 했다. 이제 대현이도 처자식이 있으니 1군에 오면 확실히 대우해 줘야겠다." 홍성흔은 오매불망 정대현의 1군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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