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30년 역사상 처음으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롯데 이용훈(34)은 하루가 지나서도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용훈은 18일 전화통화에서 "얼떨떨하다. 컨디션이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는데 운이 좋았다"며 "8회부터 기록이 의식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용훈은 지난 1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2군과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완벽한 투구로 팀의 7-0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 구속 146km의 직구를 앞세워 삼진을 10개나 솎아냈고, 9회 마지막 이닝은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퍼펙트게임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용훈의 퍼펙트게임은 1, 2군을 통틀어 한국 프로야구 30년 사상 처음이다. 아마추어에서는 총 14차례 나왔다. 13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퍼펙트게임은 통산 20차례가 있었고, 70년을 넘긴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총 15차례의 퍼펙트게임이 나왔다.

이날 27명의 타자를 상대로 총 111개의 공을 던진 이용훈은 "전날 좋은 꿈을 꾼 것도 아니다. 컨디션도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다"며 "다만 공이 마음먹은 대로 들어갔다. 9회가 됐는데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용훈은 이어 "직구에 자신이 있어 경기 후반부터는 직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며 "9회 볼카운트 2-1에서 커브를 던졌는데 파울이 됐다. 그 때 '직구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고 회상했다.

부산공고와 경성대를 거쳐 2000년 삼성에 입단한 이용훈은 2002년 SK로 이적했다가 이듬해인 2003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1군에서는 2경기에 나서 1패 평균자책점 21.60에 그치며 시즌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다. 프로 통산 성적은 34승44패 평균자책점 5.70. 하지만 퍼펙트게임의 대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세상에 다시 알렸다.

이용훈은 "요즘 2군에만 있다 보니 주위에서 야구를 그만둔 건 아니냐는 농담을 많이 한다. 이번 기록을 계기로 내가 야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게 돼 다행이다"며 "무엇보다 정정당당하게 승부해 준 한화 타자들과 우리 팀 야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정태 2군 감독님과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고 더 감격해 하더라.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며 "가족들도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며 축하해 줬다"고 밝게 웃었다.

이용훈은 1군 복귀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 속에는 미안함이 내포돼 있었다. "올시즌 팀을 위해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잖아요. 팀 성적은 좋은데 정작 저는 2군에 쭉 있었습니다. 만약 1군에 올라갈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공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실어 던질 겁니다. 그것이 팀과 롯데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죠."

그의 바람은 곧바로 이뤄질 전망이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이날 잠실 두산전에 앞서 "이용훈을 다음주 화요일(20일) 1군 훈련에 합류시킬 계획이다. 몸 상태를 봐서 선발로 투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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