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스포츠채널 3사 아나운서들을 비교한 기사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아나운서 순위 매기는 것이 야구만큼이나 재미있는 일이 된 듯합니다. 그렇지만 경쟁자라고 하기엔 참 애틋한 사이입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렇습니다.
사실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함께 일한 시간도 없고, 지난해 송년회에서 딱 한 번 만난 게 전부입니다. 사적으로 친한 사이도 아니고요.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다른 자리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마주칠 기회는 극히 적습니다.
그렇지만 비슷한 마음으로 같은 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늘 왠지 모르게 가깝게 느껴집니다. 누군가 실수를 하면 오히려 걱정이 되고 마음이 아픕니다. 마치 내 일인 것처럼 말입니다. 앞으로 나도 겪을 일인 것 같아 속이 상하지요.
타사 스포츠 아나운서가 더 큰 도전을 하고 그것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속으로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제가 하지 못한 일을 먼저 해내는 것에 대해서는 든든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어쩌면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의 비애를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줄 사람들이기에 이런 측은지심이 생기나 봅니다. 동지애라고 말하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보통 방송을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새벽 두 시 정도 됩니다. 자기 전에 저는 항상 트위터를 살펴봅니다. 같이 깨어있는 타사 스포츠 아나운서들의 글을 보며 저는 위안을 받고 용기를 얻습니다. 우리의 '전쟁'은 내일도 시작되겠지만, 그래도 같은 시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그들이 있어서 정말로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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