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출사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11일 9구단 창단을 승인하면서도 지난 연말 가장 먼저 프로야구 참가 의사를 밝힌 엔씨소프트의 회원 가입은 유보했다. KBO는 다음달 다시 이사회를 열고 엔씨소프트와 다른 2개 기업을 대상으로 가인드 라인을 정해 9구단 운영주체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KBO 이사회가 이날 9구단 선정을 보류한 이유는 프로야구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돌다리도 두드려보자'는 포석이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기존에 프로야구 참가 희망 기업에 대한 심사 기준은 매출액과 종업원수 등 단순했다. 하지만 새로운 심사 기준에는 재정 안정성과 지속성, 야구 창단 의지 등 아홉 번째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세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창원 연고의 9구단 창단을 반대하는 롯데 등 일부에서는 "연매출 1조도 안되는 엔씨소프트가 과연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프로야구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능력이 되겠느냐"며 회의론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김택진(44) 엔씨소프트 대표는 최근 유영구 KBO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엔씨소프트의 야구단 운영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내 재산만 갖고도 프로야구단을 100년은 할 수 있다"며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에 15명 밖에 없는 '1조 클럽' 회원 중 한 명이다. 지난 5일 종가기준으로 김택진 대표가 보유한 엔씨소프트 주식가치는 1조1,110억원에 달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1조203억원) 전 삼성리움미술관 관장이나 정용진(1조10억원) 신세계부회장보다도 더 부자다. 물론 대주주인 김 대표가 개인 주식을 팔아가면서까지 야구단을 운영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만큼 9구단 창단에 대한 의지와 애정이 강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김택진 대표는 신년사에서도 "PC환경에만 갇혀서는 엔씨소프트의 미래는 없다"며 "야구장과 같은 실제 공간에서도 또 다른 즐거움을 창조해 내는 회사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0일 KBO에 창단신청서와 재정상황 증빙자료, 운영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2009년 기준 연간매출 6,347억원, 영업이익 2,338억원을 기록했으며 2010년에도 2,300억 이상의 영업 이익이 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엔씨소프트가 나머지 2개 기업을 제치고 9구단의 주인으로 낙점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맨손으로 시작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을 일군 김택진 대표가 이번에는 프로야구단 구단주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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