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부터 사랑 키워…올 최종전 야구장서 청혼
"잠버릇 나빠 신부 깔리면…" 초대형 침대서 '알콩달콩'

"내 사랑을 받아줘서 고마워!" SK 투수 채병용이 지난 10월 5일 신부 송명훈씨에게 공개 프러포즈한 뒤 반지를 끼워주고 있다. 스포츠한국 자료사진
1998년 봄 한서고 투수 채병용은 사랑에 빠졌다. 쉬는 시간에 놀러 온 옆 반 여학생 송명훈에게 마음을 뺏겼다. 당시 한서고 야구부는 3교시까지 수업을 하고, 4교시부터 야구를 했다. 그러나 채병용은 그녀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자 4교시까지 수업을 받곤 했다.

까까머리 투수 채병용은 방과 후에는 오락실을 다녔다. "명훈이가 종종 다니는 오락실에 미리 가서 자리를 잡았죠. '어, 왔니! 한판 시켜줄까'라며 동전을 넣어주곤 했죠." 봄부터 싹튼 채병용의 사랑은 겨울에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눈이 내리던 12월 17일 까까머리 투수가 "우리 사귀자"고 말하자 옆 반 여학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SK를 한국시리즈 2연패로 이끈 투수 채병용(26)은 연애를 시작한 지 11년째인 올해 12월6일 송명훈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야구에만 매달렸던 까까머리는 연봉 1억 5,000만원짜리 프로야구 선수가 됐고, 채병용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옆 반 여학생은 의상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채병용은 지난해 송씨와 결혼을 약속했다. 프러포즈는 올 시즌 SK의 시즌 최종전(10월 5일)이 벌어진 인천 문학구장에서 야구팬 앞에서 했다.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 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 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란 걸~." 이적의 를 열창한 채병용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새빨개졌다.

채병용은 "결혼 약속을 했지만 아내가 '프러포즈를 못 받으면 결혼 안 할래'라고 말하곤 했다"면서 "부족한 게 많은 날 남편으로 받아준 아내를 위해 부끄럽지만 공개 프러포즈를 했다"고 설명했다.

채병용 부부는 혼수용품을 마련할 때 초대형 침대를 선택했다. 신랑 잠버릇이 심해 혹시 신부가 깔리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에서다. 채병용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신혼여행 첫날 아침 다행히 신부가 살아 있더라"며 가슴을 쓸었다. 채병용은 최근 우승보너스를 받았다. "아껴 써야 잘 산다"는 신부와 "5%만 용돈으로 달라"는 신랑. 이들의 신혼 살림은 깨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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