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미디어행사 양팀 주장 입심대결서 묘한 신경전

8년 만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 자이언츠와 12년 연속 가을 잔치에 개근한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의 분위기는 '패기'와 '관록'으로 엇갈렸다.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행사에서 큰 경기에 임하는 양팀 선수단의 단면이 드러났다.

패기를 앞세운 롯데는 삼성의 페이스에 말리기 전 초반 주도권을 잡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을 잔치를 '연례행사'처럼 치러온 삼성은 롯데의 최대 약점인 '경험'을 집요하게 공격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양팀 주장 조성환(롯데)과 진갑용(삼성)의 입심 대결에서 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수많은 언론 앞에 선 조성환이 "이 자리에 오니 드디어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는 게 실감이 난다. 지금 약간 떨리지만 경기장에서 긴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자 진갑용은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더욱 떨릴 것"이라며 롯데 쪽의 신경을 은근히 건드렸다.

진갑용은 이어 "우리 팀 최대 강점은 큰 경기를 많이 치러본 것이다. 이런 경기를 자주 해봐 떨리지도 않는다"면서 단기전에서는 '경험이 곧 재산'이라는 점을 크게 부각시켰다.

경험에 관한 양 감독의 생각도 많은 차이를 나타냈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선수들의 포스트시즌 경험이 적은 것에 대해 "경험이 적건 많건 그날 그 순간 어떤 플레이를 펼치는 게 중요하다"며 차단막을 쳤으나 선동열 삼성 감독은 "베테랑의 경험에 큰 기대를 건다. 우리 팀은 정규 시즌보다 단기전이 되면 집중력이 더욱 살아난다"며 관록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의 '창'과 삼성의 '방패' 대결로 압축된 준플레이오프에서 양팀 선수단의 승부 전략도 이목을 끌었다.

조성환은 삼성이 5회까지 앞섰을 때 47승2패라는 압도적인 승률을 올린 점을 거론하며 "삼성 불펜이 무척 강하다. 선취점을 일찍 내 초반에 승부를 결정짓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비교적 진지하게 전략을 밝혔다.

그러자 진갑용은 "그 말은 우리가 선취점을 주지 않고 5회까지 비등하게 끌고 가면 승산이 있다는 뜻"이라며 여유 있게 받아넘겨 웃음을 자아냈다.

롯데는 홈팬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덤비려는 모습을 띠었다. 로이스터 감독이 주입한 화끈한 공격성향이 1년 만에 선수들의 몸에 밴 듯했다.

반면 포스트시즌 경기 경험에 다른 구단 선수들을 압도하는 삼성은 특별한 전략을 세웠다기보다 '경기를 즐긴다'는 자세로 게임을 준비 중이다.

분명 도전자는 4위 삼성이나 패기를 앞세운 3위 롯데가 여유 넘친 삼성에 도전하는 모양새로 주객이 바뀐 양상이다. 행운의 여신은 어느 팀을 향해 웃을지 8일 오후 6시 시작되는 1차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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