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양준혁 신구 자존심 대결
"명예회복" "첫 무대쇼" 한방 선언

지금부터 15년 전인 1993년. 부산시 광안1동 수영초교 운동장에서 5학년짜리 소년이 열심히 방망이를 돌리고 있었다. 야구를 시작한 지 2년째였던 소년은 야구의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그 해 프로야구에는 대형신인이 등장했다. 영남대를 졸업하고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 선수는 데뷔 첫해 타격(0.341) 출루율(0.436) 장타율(0.598) 부문을 휩쓸며 신인왕에 등극했다.

15년 후, 초등학교 5학년 소년은 한국 프로야구의 '빅보이'가 됐고, 대형신인은 어느덧 타격의 신의 경지에 올라 '양신'(梁神)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빅보이' 이대호(26ㆍ롯데)와 '양신' 양준혁(38ㆍ삼성).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거포가 2008년 가을잔치의 주연 자리를 놓고 물러설 수 없는 빅뱅을 펼친다.

이대호와 양준혁은 8일부터 5전 3선승제로 펼쳐지는 롯데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양 팀 타선의 주축 역할을 맡게 됐다. 큰 것 한방으로 승패가 좌우될 수 있는 단기전의 특성상 팀을 대표하는 중심타자인 이들의 방망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로 데뷔 8년째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된 이대호의 각오는 남다르다. 이대호는 지난 2001년 데뷔 후 '8-8-8-8-5-7-7'위에 그쳤던 롯데의 추락을 두 눈으로 지켜봐왔다.

부진한 팀 성적 때문에 타격부문 트리플크라운(타격-홈런-타점)을 달성했던 2006년에도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는 류현진(한화)에게 넘겨줘야 했다.

본인 스스로도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냈다"라고 말하는 양준혁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반드시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발목 부상 후유증으로 시즌 중반까지 1할대 타율에서 허덕였던 양준혁은 정규시즌 후반 무서운 상승세로 타율을 2할7푼8리까지 끌어올렸다.

상승세인 타격감과 풍부한 경험으로 중무장한 양준혁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삼성 타선을 이끌 조타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야구의 '미래' 이대호와 '전설' 양준혁. 두 거포의 대결이 벌써부터 준플레이오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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