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가입자들의 오래된 불만 중 하나. "왜 기존고객보다 신규고객에게 더 혜택을 주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 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통신사를 바꾸는 신규고객에게 단말기 보조금 등에서 특혜를 줬다. 이동통신사들은 그러나 얼마 전부터는 기존고객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기존고객은 무시한 채 '가입금'도 완납하지 않은 신규고객에만 매달리고 있다. 기존고객이 절대 다수지만 웬일인지 신규고객에게만 '특혜'를 못 줘서 안달이다. KBO는 오는 8월16일 실시되는 2009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생구단 히어로즈에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야구규약에 따르면 신인 드래프트는 전년도 팀 성적의 역순에 따라 지명권을 갖는다. 올해는 지난해 꼴찌였던 KIA가 1순위, 7위 롯데가 2순위이고, '현대의 후신'인 히어로즈는 3순위다.

'기존고객'인 KIA와 롯데만 양보하면 '신규고객' 히어로즈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KBO의 태도다. 하지만 KIA와 롯데뿐 아니라 나머지 구단들도 KBO가 원칙을 깨뜨려가면서까지 히어로즈를 봐준다며 반발하고 있다.

KIA는 "SK가 쌍방울을 해체한 뒤 창단할 때와 지금은 모든 상황이 다르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롯데도 "우리와 KIA가 양보하면 될 일이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문제와 직접 연관이 없는 두산마저도 "나머지 구단들은 뒷짐만 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지금까지 히어로즈 관련 안건이 처리될 때마다 KBO가 어떤 때는 창단, 어떤 때는 인수라는 식의 해석을 해왔다. KBO는 두산과 LG에 줘야 할 서울 입성금 54억원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히어로즈를 뺀 모든 구단이 반대하지만 KBO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총재가 약속한 일인 만큼 나머지 구단들이 양보하면 될 일이라는 것이다. 믿고 싶진 않지만 KBO는 왜 하일성 사무총장이 퇴임 후 히어로즈 사장으로 '영전'해 갈거라는 소문이 한때 야구계에 돌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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