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좌부터) 김인식, 이광환, 김경문, 선동열, 조범현, 로이스터, 김재박, 김성근
화법(話法)을 통해 사람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경기 전후 취재진들은 덕아웃에서 감독을 만나 전망과 평가를 듣는다. 성격, 출신, 포지션, 추구하는 야구철학이 다르듯 8개 구단 감독들의 화법도 8인 8색이다.

▲김인식=촌철살인형

한화 김인식(61) 감독은 촌철살인 화법의 대가다. “우리 팀은 나이 순입니다. 그래서 개막전 선발은 송진우입니다.”(2006년 미디어데이 때) “윤길현이를 차라리 KIA로 트레이드하지.”(SK 윤길현 욕설파문 때) 등은 김 감독 화법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광환=해학형

이광환(60) 히어로즈 감독의 말을 모으면 ‘어록’으로도 손색이 없다. “팬들 재미있게 해주려고 그랬던 거야.”(4월12일 목동 SK전에서 크게 이기다 2점차까지 쫓긴 뒤 신승하자) “과부 만들 뻔했다니까.”(5월1일 대구방문 경기 후 승용차를 몰고 서울로 가다 사고 날 뻔했다며)

▲김경문=자책형

경기 후 “선수들이 잘해줬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령탑이 두산 김경문(50) 감독이다. 김 감독은 그만큼 선수들을 배려한다. 김 감독은 “감독이 미스(실수)를 했다”며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반면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회피한다. 시즌 초반 안경현을 기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자 김 감독은 “정원석이가 잘하지 않느냐”는 말로 에둘렀다.

▲선동열=독설형

삼성 선동열(45) 감독은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하지만 한번 말문이 트이면 ‘오토매틱’이다. 선 감독은 선수에 대한 평가가 가장 냉철한 사령탑으로 정평이 나 있다. ‘내 새끼’라고 해서 무조건 감싸지 않는다. “선수도 아니다”,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저런다”는 등의 발언에서 선 감독만의 카리스마가 잘 드러난다.

▲조범현=비판형

KIA 조범현(48) 감독은 경기 후 평가가 가장 솔직하다. 잘했으면 잘했다고 말하고 못했으면 못했다고 말한다. “타자들이 상대 투수를 공략하지 못했다. 중간 투수들이 분발할 시점이다.”(20일 광주 두산전 패배 후) 조 감독은 선수에 대한 애정도 비판적으로 표현할 때가 많다. 전날 호투한 투수에 대해서도 “점수차 크다고 대충 던지지 마라”고 말한다.

▲로이스터=연막형

롯데 로이스터(56) 감독은 5월 임경완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에도 “우리 팀 마무리는 누가 뭐래도 임경완이다. 적임자가 있으면 내게 추천해달라”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며칠 뒤 마무리 임명장은 임경완에서 최향남으로 옮겨졌다. 바꿀 때 바꾸더라도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로이스터 감독의 신념이다.

▲김재박=모범답안형

“봉중근이 잘 던졌는데 찬스에서 점수를 뽑아주지 못해 분위기를 넘겨준 게 아쉽다.”(20일 잠실 롯데전 패배 후) 경기 전후 LG 김재박(54) 감독은 그리 긴 말을 하지 않는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단답형으로 끝낼 때가 많다. ‘여우’라는 별명답게 알릴 것은 알리고, 가릴 것은 가리는 스타일이다.

▲김성근=분석형

야구에 대한 분석을 대화의 소재로 삼는 김성근(66) 감독은 분석형 화법을 즐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김 감독은 ‘분석모드’에 들어간다. “선발 레이가 1승을 올려 다음 경기에서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이승호는 릴리프로 테스트했는데 스스로 (위기를) 잘 이겨냈다.”(20일 인천 삼성전 승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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