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오른쪽) 삼성 감독이 22일 인천문학구장에서 슬라이더 던지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용병 투수 톰 션에게 슬라이더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국보급 투수’로 명성이 자자했던 선동열(45) 삼성 감독. 그는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던졌다. 당시 “선동열의 슬라이더는 알고도 못 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

명품으로 손꼽히던 ‘선동열 슬라이더’는 삼성의 새로운 용병투수 톰 션(31)을 매료시켰다. 션은 최근 숙소에서 TV를 통해 선동열 감독이 해태 시절 던진 슬라이더를 봤다. 직구처럼 날아가다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빠지는 ‘선동열 슬라이더’에 홀딱 반했다.

션은 22일 인천 SK전에 앞서 선동열 감독에게 야구공을 건넸다. “슬라이더 던지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가르쳐 주세요.” 키가 큰 션(194㎝)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가 좋다. 그래선지 선 감독이 던졌던 빠르면서 좌우로 휙 휘는 슬라이더만 장착하면 특급투수로 거듭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선 감독은 껄껄 웃더니 “가르쳐 주겠지만 내 방식대로는 슬라이더를 던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 감독은 손가락이 유독 짧아 실밥을 잡는 방법과 공을 채는 게 다르다. 오른손 중지를 실밥에 걸치면서 손바닥 전체를 야구공에 붙인다. 대신 검지는 공에 닿을 듯 말 듯 살짝 댄다. 션은 고개를 저었고, 선 감독은 슬라이더의 원리를 설명해줬다.

‘선동열 슬라이더’는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완성됐다. 광주일고 2학년이었던 선동열은 지난 79년 당시 영남대 1학년이었던 고교 선배 방수원에게서 슬라이더를 배웠다. 방수원은 84년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기교파 투수. 선동열은 끊임없이 연구를 거듭한 끝에 손가락이 짧은 자신에게 맞는 슬라이더를 개발했다.

선 감독은 “해태에 입단하자 내가 도리어 수원이 형에게 슬라이더를 가르쳐 줬다”면서 “배우는 것보다 스스로 연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승이 누구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본인의 노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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