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 선발' 맹활약… 롯데, 잠재적인 6선발 발굴로 '맑음'

'땜질 선발' 조정훈(23.롯데)의 맹활약에 프로야구 롯데와 LG의 명암이 확연히 갈렸다.

되는 집안 롯데는 가지 나무에도 수박이 열렸고 안 되는 집안 LG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졌다.

롯데의 5선발 요원 이용훈이 불펜에서 컨디션 조정에 들어간 사이 그를 대신해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한 조정훈이 큰 일을 냈다.

22일 잠실 LG전에서 9이닝 동안 안타를 단 4개만 맞고 무실점으로 틀어 막는 완봉투로 개인 통산 2승째이자 2005년 데뷔 후 첫 선발승을 낚았다. 완봉승도 당연히 첫 경험이다.

용마고를 졸업한 뒤 계약금 2억원을 받고 2005년 롯데에 입단한 그는 프로 데뷔전이었던 그해 4월13일 대전 한화전에서 구원승을 올린 뒤 만 3년2개월, 경기수로는44경기 만에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지난달 8일 사직 한화전에서 역시 깜짝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2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승리를 놓쳤던 조정훈은 이후 2군에서 기량을 가다듬었고 이날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이며 쌍둥이 타선을 쉽게 요리했다.

그는 20일 1군에 합류하기 전까지 2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11을 거뒀고 2군 남부리그 방어율 1위를 달렸다.

3년간 주로 불펜에서 대기했고 선발은 이날까지 딱 네 차례 나왔다. 지난해까지성적은 43경기에서 1승2패, 3홀드, 평균자책점은 6.36. 몸에 근육이 없어 동료로부터 '물통'이라는 별명을 얻은 조정훈은 이날 직구와 체인지업을 주로 뿌리고 커브를 간간이 섞어 던지는 방식으로 LG 타자들의 방망이를쉽게 끌어냈다.

5회까지 던진 공이 63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그는 투구수를 유리하게 조절했다. LG 타자들의 눈에 조정훈의 공은 만만하게 보였는지 방망이를 적극적으로 돌렸지만 5회까지 박경수의 2루수쪽 내야 안타(3회) 뿐이었을 정도로 꽁꽁 묶였다.

조정훈의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3㎞에 불과했으나 평균 시속 120㎞대 후반에 그친 체인지업이 절묘하게 제구됐다. 아웃카운트 27개 중 삼진 8개를 제외하고 땅볼타구를 10개(병살타 1개 포함, 플라이볼은 8개)나 잡아내며 가라 앉는 체인지업의 위력을 맘껏 뽐냈다. 완봉에 필요한 공은 97개였다.

조정훈은 "직구가 잘 들어갔고 결정구로는 체인지업을 던졌다. 투구수가 정해졌기에 2군에서도 완투한 적은 없었다. 실투가 안타로 연결됐을 때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오늘 타선이 일찍 터져 줘 편안하게 던질 수 있었다. 8회 박경수에게 3루타를 맞은 뒤 이대형을 2루 땅볼로 처리하면서 완봉승을 예감했다. 지금은 얼떨떨해서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다음 등판에서도 이런 좋은 기분으로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조정훈을 한 차례 선발로 더 기용할 전망이다. 손민한을 필두로 마티 매클레리, 송승준, 장원준, 이용훈을 앞세워 8개 구단 중 가장 강력한 선발 게임을 펼치고 있는 롯데는 잠재적인 6선발 요원 조정훈을 발굴하면서 가용 선발진을 더욱 살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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