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동점인 7회초 1사 1루. 두산의 최고참 안경현(38)이 타석에 들어설 때 마운드에선 SK 김광현이 공을 만지작거렸다. 안경현은 초구부터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노렸다.

안경현은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시속 151㎞까지 찍은 김광현의 강속구를 공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포수 박경완이 초구로 자신의 강점인 직구 대신 슬라이더를 주문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상대로 김광현은 슬라이더를 던졌고, 안경현은 기다렸다는 듯 방망이를 힘껏 돌렸다. 타구는 쏜살처럼 날아 좌중간 담장에 맞았고, 1루주자 김재호는 홈을 밟았다.

안경현의 2루타 한방에 힘입어 두산이 13일 인천 SK전에서 짜릿한 5-3 역전승을 거뒀다. 세대교체의 대상으로 지목돼 지난 1일에야 겨우 1군에 올라온 안경현은 김경문 감독에게 소중한 1승을 선물했다.

김경문 감독은 최근 "안경현이 노림수가 좋고 수비가 안정됐기 때문에 대타로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안경현의 성적은 1할7푼9리(28타수 5안타) 3타점. 김 감독의 말을 뒤집으면 주전으로 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랄까? 안경현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 표정이 어두웠다.

안경현은 3-1로 경기를 뒤집은 4회초 2사 3루서 1번타자 이종욱 대신 대타로 기용됐다. 안경현을 믿었다기보다는 좌타자 이종욱이 최근 5경기에서 1할7푼6리로 부진한데다 상대 투수가 좌완 김광현이기 때문. 직구에 강점이 있는 안경현은 겨우 잡은 타격 기회에서 직구를 노렸지만 3루 땅볼로 물러났다.

안경현은 7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역발상으로 자신의 단점인 변화구(슬라이더)를 기다렸다. 최근 5경기에서 7푼1리(14타수 1안타)에 그쳤던 안경현은 빼어난 노림수로 7일 이후 5경기 만에 친 안타를 결승타로 장식했다. 안경현은 "올해 우리가 유독 SK에 약했는데 오늘 역전승을 계기로 분위기가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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