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5회이전 번트 2번 사인… 4회도 대타기용 찬스 살려, 6연패 탈출 결실

[스포츠한국] 히어로즈 이광환 감독은 자칭 시스템야구, 타칭 자율야구의 선구자다. 그가 말하는 시스템야구(자율야구)의 핵심은 그라운드의 주체가 선수라는 것이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만큼 최대만 믿고 맡겨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지론대로 어지간해서는 5회 이전에 작전을 내지 않는다. 선두타자가 출루했다고 해서 희생번트를 지시하거나, 찬스라고 해서 대타를 쓰지 않는다. 이 감독은 그저 팔짱만 낀 채 상황만 유심히 살펴본다. 히어로즈는 12일까지 37경기에서 16개의 희생번트를 기록, 두산(11개), 한화(15개)에 이어 최소희생번트 부문 3위였다.

13일 잠실 LG전에서 이 감독은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경기 전 "오늘은 초반부터 찬스를 살려 연패를 끊겠다"던 이 감독은 0-0이던 3회초 선두 8번 타자 강귀태가 안타로 포문을 열자 다음타자 조재호에게 초구에 희생번트 사인을 냈다. 득점엔 실패했지만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보내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 감독은 5회에도 2-0이 된 데 이어 무사 1ㆍ2루의 찬스가 계속되자 5번 강정호에게 보내기번트를 지시했다. 이 감독이 5회 이전에 번트 사인을 두 번이나 낸 것은 올 시즌 처음이다.

이 감독의 '파격 변신'은 대타기용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감독은 1-0이던 4회 2사 1ㆍ2루에서 조재호 대신 왼 발목 부상 중인 송지만을 대타로 내세웠다. 지난 7일 두산전에서 자신의 타구에 맞아 미세 골절상을 입은 송지만을 선발에서는 뺐지만, 찬스가 되자 기용한 것이다.

이 감독은 5회에도 1사 2ㆍ3루에서 조평호를 빼고 왼손타자 강병식을 들여보냈다. 상대가 왼손선발 이승호를 내리고 오른손 미들맨 경헌호를 올리자 맞불작전을 편 것이다.

경기 전 '반드시 이기겠다'던 이 감독의 필승의지는 평소와 다른 다양한 작전으로 표출됐고 선수들은 감독의 작전을 훌륭하게 소화, 연패 탈출의 결실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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