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원년이던 1982년 오대석(전 대구 상원고 감독)에게 주전 유격수 자리를 내줬던 필자는 시즌 후 서영무 삼성 감독(작고)을 찾아가 읍소했다. "감독님, 제발 저를 다른 팀으로 보내주십시오."

한국시리즈 준우승 행사를 마친 뒤 서영무 감독이 필자를 차에 태우고 구단 사무실로 돌아가던 중 펑펑 울었다. 서 감독도 "어디를 가든지 잘해야 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1982년 12월7일 프로야구 트레이드 1호로 기록된 필자는 83년부터 94년까지 12년 동안 해태에서 선수와 코치로 뛰며 한국시리즈 7회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삼성과 KIA에서 감독을 지낸 필자도 감독 시절 트레이드를 여러 차례 단행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98년 12월 삼성 양준혁과 해태 임창용(현 야쿠르트)의 트레이드였다.

마무리가 필요했던 삼성, 왼손 거포가 절실했던 해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이른바 '윈-윈 트레이드'였다. 둘은 지금도 소속팀을 대표하는 간판 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주 SK와 KIA가 3대2 트레이드를 했다. SK에서 채종범 이성우 김형철이 KIA로 왔고, KIA에서는 왼손투수 전병두와 내야수 김연훈이 SK로 갔다. 선수들은 트레이드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 전병두는 트레이드가 발표된 4일 밤 SK로 간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농담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채종범은 몇 안 되는 SK 창단(2000년) 멤버다. 2003년 두산에 입단한 전병두는 2005년 KIA로 트레이드 됐지만 이후 팀을 대표하는 왼손 선발투수로 훌륭하게 성장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둘 다 트레이드의 충격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에게 중요한 것은 어느 팀 유니폼을 입느냐가 아니라 어느 팀에서 가치를 인정 받느냐는 것이다. 요즘 트레이드가 뜸한 것은 '우리 팀에서 내보낸 선수가 다른 팀에서 잘하면 곤란하다'는 구단들의 두려움도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트레이드는 프로야구 활성화를 위한 묘약 중 하나다. '트레이드 1호 선배'로서 채종범 전병두 등이 새로운 팀에서 그동안 숨겨진 진가를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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