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최다 9연패 탈출후 속내 털어놔

"프로야구 감독이 된 뒤 가장 어려웠던 때다."

LG 김재박 감독은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팀 최다연패(9패)에서 벗어난 뒤 그동안 감췄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정진호 수석코치를 비롯해 양상문 투수코치, 김용달 타격코치 등은 일제히 김 감독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김 감독은 "연패를 끊을 기회를 몇 차례 있었는데 놓쳤다"면서 "너무 힘들었다. 선수나 구단 관계자 등 모두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 "악재가 자꾸만 겹치네. 왜 이러지?"

에이스 박명환을 시작으로 4번타자 최동수와 간판 스타 박용택까지 부상자가 속출했다. 지난달 25일 2군에 내려간 박명환은 정밀 검사 결과 오른쪽 어깨 후방 회전근 손상이라는 진단과 함께 재활훈련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팀이 최다연패 신기록을 세우며 꼴찌로 추락했지만 박명환은 수술을 고집하고 있다.

게다가 9연패에 빠졌던 10일에는 최동수와 박용택이 동시에 다쳤다. 손가락 부상을 떨치고 복귀를 기다리던 박용택은 경기 전 수비 훈련을 하다 신인투수 이범준과 부딪쳐 왼쪽 턱을 다쳤다. 최동수는 4회 유격수 앞 땅볼을 친 뒤 허리 통증으로 1루로 뛰는 것조차 포기했다.

▲ "2군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지."

김 감독은 "오늘 이겼지만 모레부터 또다시 걱정이다. 이러다가는 2군 선수들을 모두 불러들여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쏟아지는 부상자 때문에 걱정이 크다는 간접 표현. 한국시리즈 우승을 네 차례나 거머쥔 명장 김 감독은 "갈수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9연패 탈출의 일등공신 안치용은 박용택의 손가락 부상을 계기로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왔다. 박용택의 부상이 안치용의 발굴로 이어졌듯 김 감독은 2군 선수를 활용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 "류현진을 퇴장시킬 생각은 없었다."

김 감독은 2회초 선두타자 조인성이 삼진 아웃되는 순간 그라운드로 나와 심판에게 항의했다. 한화 선발 류현진이 왼손에 테이핑을 했기 때문.

1승에 목이 말랐던 김 감독은 심판과 상의 끝에 "퇴장은 시키지 말고 테이프는 떼도록 하자"고 합의했다. '선심'을 베푼 김 감독은 "분위기를 전환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현진이를 퇴장까지 시킬 생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상대 에이스를 내쫓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김 감독은 "악재가 자꾸 겹치지만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겠다"며 서울행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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