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후 비관적 평가 극복하고 달라진 모습 보여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4연승 신바람을 내며 떨어진 자존심을 되찾고 있는 과정을 보면 트레이드가 지닌 순기능을 읽을 수 있다.

KIA는 지난 4일 빠른 볼을 던지는 좌완 전병두와 내야수 김연훈을 SK에 주고 외야수 채종범, 포수 이성우, 내야수 김형철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양팀 사령탑이 절친한 사제지간이었고 특히 조범현 KIA 감독이 SK 지휘봉을 잡았을 때 점찍었던 선수들을 성장 가능성이 큰 전병두를 내주면서까지 모조리 데려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KIA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된 전병두가 SK로 이적해 7일 LG를 상대로 선발승을 낚으면서 트레이드 득실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KIA가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는 쪽이 우세했다.

조범현 감독은 "모자랐던 백업 선수를 데려와 선수 운용에 숨통을 트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새로 영입한 세 명이 기존 KIA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낫다는 근거가 없었고 포지션이 겹쳐 교통정리에도 애를 먹을 것이라는 전망이 속출, 여론은 KIA 쪽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KIA는 여러 비관적인 평가를 극복하고 트레이드 이후 4승2패로 지난달과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지션 중첩 문제가 기존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 조직력을 극대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KIA 관계자는 11일 "채종범이 온 뒤 주전 우익수를 뺏기지 않으려는 듯 이종범의 눈빛이 달라졌다. 역시 이성우가 마스크를 쓰면서 안방마님으로 활약해 온 차일목의 태도도 180도 바뀌었다"고 말한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절박한 심정이 선수들의 자존심을 일깨운 셈. 10일 우리전에서 프로 16년 만에 처음으로 1루수로 출장한 이종범은 최근 6경기에서 타율 0.429로 펄펄 날고 있고 차일목도 0.294로 하위 타선에서 맹공을 퍼붓는다.

차일목은 투수들과 절묘한 호흡을 과시하며 마운드 안정화에도 크게 힘을 보태고 있다.

공격은 최경환, 수비는 강동우 등 플래툰시스템으로 기용되는 '이적 외야수'의 활약도 눈에 띈다. 호세 리마, 윌슨 발데스 등 '수준 이하'로 평가된 용병들의 필사적인 생존 본능까지 트레이드로 분위기 자체가 바뀌었다.

거액으로 즉시 전력을 충원하는 자유계약선수(FA)제도가 시행 중이나 큰 돈 들이지 않고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전히 트레이드가 첫 손에 꼽힌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잉여 전력을 팔아 부족한 전력을 채우기 위해 트레이드는 물밑에서 꾸준히 진행 중인데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필요한 것을 꼭 얻겠다는 통 큰 자세로 나설 때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KIA는 일단 패배주의에 쪄 들어 있던 투타 분위기를 일신한 것으로 깜짝 효과를 누리고 있다. 9연패로 불명예스러운 팀 최다 연패 신기록을 세운 최하위 LG가 살아나는 길도 결국 트레이드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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