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에 시달리던 프로야구의 외국인 투수 호세 리마(36.KIA)와 마티 매클레리(34.롯데)가 눈부신 투구로 나란히 퇴출위기를 넘겼다.

우완투수 리마는 9일 양천구 목동구장에서 열린 우리 히어로즈와 방문경기에 등판해 7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한개만 내주면서 무실점으로 막아 12-1 대승을 이끌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0㎞에 그쳤지만 체인지업, 싱커 등 예리한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삼진 4개를 잡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89승을 자랑하는 베테랑 리마는 전날까지 5차례 마운드에 섰지만 2패, 평균 자점 7.43에 그쳤다.

직구는 좀처럼 시속 140㎞대 초반을 넘지 못해 위력이 떨어지면서 일품이던 체인지업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달 21일 1군에서 제외됐고 2군에서도 6이닝 동안 안타 9개를 맞고 3실점하면서 부진해 KIA가 마땅한 대체용병만 찾으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처지가 됐다.

하지만 빡빡한 일정으로 투수진 소모가 심한 운명의 9연전이 기회를 주면서 리마를 퇴출 위기에서 구해낸 셈이다.

리마는 이날 새로운 기분으로 나선다는 마음에서 새 스파이크를 신었고 좌완 양현종의 모자를 빌려쓰고 나왔다.

리마는 "첫승을 해서 정말 기쁘다. 최대한 낮게 던지려 했고 공격적인 투구를 한 것이 통했다. 앞으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당초 목표로 삼은 15승을 거두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한국 무대 첫승을 기념할 마지막 공을 경기 종료 후 포수 이성우가 관중석에 던진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아직 1승을 올린 것 같지 않다"고 농담했다.

조범현 감독은 "리마가 잘 던졌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말해 기회를 더 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같은 시각 매클레리도 잠실구장에서 두산을 상대로 9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으면서 9피안타, 2실점으로 완투해 9-2 승리에 앞장섰다.

한국에 온 뒤 가장 많은 공 126개를 던졌고 막판까지 시속 145㎞의 강속구가 나오는 강철 체력을 자랑했다.

올해 외국인 선수 가운데 첫 완투승이고 전체에서는 송승준(롯데), 장원삼(우리), 류현진(한화)에 이어 네번째.

지난 4월12일 KIA전에서 승리한 뒤 3경기 연속 불안하다가 시즌 2승(1패)을 멋지게 장식하면서 롯데의 에이스로 발돋움할 기대를 부풀렸다.

롯데의 3연패를 끊은 매클레리는 "완투해서 기분이 너무 좋고 포수 최기문의 리드가 좋았다. 초반에 타자들이 잘 쳐줘서 쉽게 승부할 수 있었다. 여름이 되면 직구 구속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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