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현대의 91승 '역대 최다'… 투수진 강해 95년까지도 가능성

야구의 신(神)이라는 김성근(66) 감독이 이끄는 비룡군단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SK가 프로야구 한 시즌 팀 최다승 기록(91승)에 도전한다. SK는 9일까지 승률이 무려 7할6푼5리(26승8패)에 이른다. SK가 이런 추세를 끝까지 유지한다면 산술적으로 96승을 거둘 수 있다.

역대 팀 시즌 최다승은 지난 2000년 현대가 기록한 91승. 그러나 당시는 현재의 126경기보다 많은 133경기가 치러졌다. 따라서 SK가 올해 91승 이상을 거두면 기록의 가치는 더욱 빛나게 된다. 126경기가 벌어진 해만 놓고 보면 81승이 최다승으로 빙그레(92년), 해태(93년), LG(94년), 현대(98년)가 기록했다.

2000년 현대와 올해 SK를 비교하면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투수왕국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막강한 마운드가 돋보인다. 현대는 2000년 정민태, 김수경, 임선동(이상 18승)가 사이좋게 다승왕을 차지할 정도로 선발진이 강했다. SK도 용병 투수 쿠비얀이 실력 미달로 퇴출됐지만 선발진이 잘 돌아가는 건 물론이고 팀 방어율(3.11) 1위까지 달리고 있다.

새로운 투수왕국 SK는 8일까지 투수 전부문 1위를 휩쓸고 있다. 김광현이 다승(6승), 평균자책점(1.76), 탈삼진(47개) 1위를 싹쓸이한데다 채병용은 승률(4승무패) 1위다. 선발진보다 더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불펜에서는 마무리 정대현이 세이브(10개) 공동 1위, 중간계투 정우람이 홀드(10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 현대 타선의 중심이었던 포수 박경완과 외야수 박재홍은 각각 홈런왕과 타점왕에 올랐다. SK를 보금자리를 옮긴 이들은 SK에서도 녹슬지 않는 타격솜씨로 타선의 맏형 노릇을 한다. SK는 4번타자 이호준이 무릎 부상으로 재활군에 머물고 있지만 팀 타율(0.274) 2위를 달릴 정도로 탄탄하다. 박재홍(0.351)조차 주전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탄탄한 예비전력은 SK만의 자랑이다.

김성근 감독은 9일 "내일 벌어질 일도 예측하기 어려운데"라며 "최다승 이야기는 아직 꺼내지 말라"고 말했다. 지금은 7할 이상의 승률로 고공 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고비가 닥치면 승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하지만 4번타자 이호준이 돌아오고, 새로운 용병투수가 가세하면 SK가 지금보다 더 강해질 거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이런 이유로 야구계에는 '아직은 모른다'는 전제 아래 SK가 시즌 팀 최다승을 돌파할 거라는 예측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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