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메모

[스포츠한국]

우리 히어로즈 감독실의 화이트보드는 여느 팀 감독실과 다름없이 선수들의 이름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다른 점이 하나 있다. 특정 선수들의 이름을 사각 테두리 모양으로 묶어놓은 것. 대상은 노환수 조용훈 김성현 조순권 임창민 전승윤 6명이다.

8일 경기 전 이에 의문을 품은 취재진에게, 이광환 감독은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얼라들”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앞으로 ‘쓸 만한’ 투수로 키워내야 하는 유망주들이라는 것. 실제로 이들 6명의 나이는 모두 25세 이하다. 이 중 노환수를 비롯한 4명이 2군에서 담금질 중이고, 조순권과 전승윤만이 1군에 등록돼 있다.

화이트보드를 유심히 바라보던 이 감독은 이내 두산 덕아웃을 지목하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 감독은 “저쪽은 5억 넘게 주면서 잽싸게 (신인들을) 데려오는데 우리는 아무도 없어”라며 한숨을 쉬었다.

히어로즈 전신인 현대는 연고지 문제에 얽히면서 지난 7년 동안 신인 1차 지명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대부분 1차 지명에서는 투수를 뽑게 마련. 결국 히어로즈가 올시즌 ‘똘똘한’ 구원투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1차 지명을 통해 선수를 수급하지 못한 데 따른 ‘부작용’ 중 하나인 셈이다.

“중간에서 튼실한 다리 역할을 해줄 한 명만 있어도 좀 낫겠다”고 호소한 이 감독은 “그래도 선발진은 90%정도 완성됐다고 본다. 이대로 선발진이 유지된다면 시즌 끝날 때까지 5할 승률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원삼-제이슨 스코비-마일영-황두성-김수경으로 이어지는 히어로즈 선발진은 7일까지 10승을 합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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