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커스티 정 한국야구 '기교'… 9세때 이민·선수경험 '통역 척척'… "심판 판정 항의할때 가장 난감해"

롯데 로이스터 감독의 특별 보좌관인 커티스 정은 로이스터 감독의 ‘분신’과 다름없다. 커티스 정(왼쪽)이 로이스터 감독과 함께 숙소를 나서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다. 롯데 제공
롯데 제리 로이스터(56) 감독의 특별보좌관 커티스 정(34ㆍ한국명 정윤현)은 담당 기자들 사이에서 ‘정 감독’으로 통한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자 네이티브 스피커인 커티스 정의 통역은 곧 ‘로이스터 매직’의 주문(呪文)이다.

로이스터 감독이 국내 프로야구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이니 당연히 감독 보좌관도 국내 1호다. 커티스 정은 잠자는 시간 외에는 로이스터 감독과 한시도 떨어질 수 없다. 사직구장 인근의 한 아파트에 거처를 마련한 커티스 정은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오후 2시께 차를 몰아 바로 옆 동에 살고 있는 로이스터 감독을 픽업해 야구장으로 향한다.

코칭스태프 미팅에 참가해 감독과 코치 간의 가교 구실을 하고, 훈련 때는 직접 펑고를 치는 로이스터 감독을 도와 토스 볼을 던져주고, 캐치볼을 하기도 한다. “사생활은 없지만 야구가 좋고, 좋은 감독님과 멋진 팬들을 만나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본래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던 커티스 정은 9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해태 김평호(현 삼성 코치)와의 친분으로 우연한 기회에 해태(95~97년)에 입단해 투수로 뛰기도 했다. 홈팀의 훈련이 끝날 무렵에는 취재진과 로이스터 감독 간의 ‘간담회’가 열린다. 조금이라도 있을지 모를 소통의 오류를 방지하고 최대한 정확한 통역을 위해 로이스터 감독의 답변을 빼 놓지 않고 수첩에 영어로 받아 적었다가 기자들에게 전달한다.

그럼에도 가장 난감한 통역은 로이스터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할 때다. “대화라기보다 항의의 특성상 감독님의 감정을 여과없이 전달해야 하고, 다시 심판의 설명을 전해드려야 하기 때문에 어렵죠.”

로이스터 감독은 알려진 대로 골프 마니아. 주량은 맥주 한 잔 정도로 역시 술을 잘 못하는 커티스 정과 간혹 목을 축이는 정도지만 휴식일만 되면 커티스 정은 로이스터 감독의 골프 친구가 돼야 한다. 커티스 정이 로이스터 감독에게 가장 놀란 부분은 경기가 끝난 후다. “선수들에게는 별도의 미팅없이 해산을 지시하지만 감독님은 숙소로 돌아가 그날 경기를 복기하고, 메이저리그 경기까지 모두 보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 만큼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커티스 정이 로이스터 감독과 인연을 맺은 건 2003년 LA 다저스 시절. 마이너리그 투수코치를 하던 커티스 정을 눈여겨보던 로이스터 트리플A 감독은 롯데 감독으로 부임한 뒤 커티스 정을 구단에 적극 추천했다. 당시 다저스의 극동 담당 스카우트로 9년째 일하며 입지를 다지던 커티스 정이었지만 망설임 없이 수락하고, 11년 만의 한국행을 택했다.

감독의 비서가 됐다가 통역으로, 때로는 친구로 1인 3역을 하는 커티스 정. 그가 본 로이스터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 “이해심이 많고 참을성이 대단한 분입니다. 야구적으로도 아주 영리한 사람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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