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승율 3할6푼 그쳐… 2005년 4할3푼 '최저'

[스포츠한국]

여우의 굴욕이다.

‘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54) 감독이 감독생활 1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감독생활 13년 동안 최악의 성적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96년 현대의 창단 감독으로 데뷔한 김 감독이 지난 12년 동안 가장 부진했던 시즌은 현대 시절 이었던 2005년. 당시 주전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나가 떨어진 탓에 현대는 승률 4할3푼1리(53승3무70패)에 그쳤다.

지난해 LG로 자리를 옮긴 김 감독은 비록 4강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전년도 꼴찌였던 팀을 5위로 올렸다. 성적은 58승6무62패로 승률 4할8푼3리. 지난해 가능성을 확인한 김 감독은 올 시즌 개막 전 “올해 4강, 내년 우승 도전”이라는 청사진을 그리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올 시즌 LG는 7일 현재 6연패를 포함해 12승22패로 승률 3할5푼3리에 그치고 있다. 이날도 LG는 초반부터 맥빠진 경기 끝에 0-7 완패를 당했다. 순위표에서 LG보다 밑에 있는 팀은 꼴찌 KIA(10승22패)밖에 없다. 그나마 이제는 한 경기차밖에 안 된다.

김 감독은 용병 2명을 모두 투수로 선발하는 등 탄탄한 마운드로 올 시즌 4강 승부수를 띄우려 했다. 하지만 ‘재활용 용병’ 브라운이 부진을 거듭한 데다 에이스 박명환마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LG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LG는 용병 교체와 함께 우리 히어로즈 등과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등 분위기 반전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히어로즈에서는 카드의 무게가 맞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고, 용병도 적임자가 없다.

김 감독은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1,553경기에 출전, 836승(675패 62무)을 거뒀다. 김 감독은 통산 감독 승수에서 5위이자, 승률(0.553)로는 김영덕 전 빙그레 감독(0.596), 김응용 전 삼성 감독(0.565)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의 한국시리즈 4회 우승기록은 김응용 감독의 10회 우승에 이어 두 번째다.

김 감독은 또 지난해 6월1일에는 최연소(53세9일) 800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최연소 800승이 깨지려면 2005년 삼성에서 감독에 데뷔한 선동열 감독이 2016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70승 안팎을 거둬야 한다.

‘그라운드의 여우’라는 별명답게 김 감독은 그 동안 숱한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왔다. 2005년 7위였던 팀을 이듬해 2위로 끌어올렸고, 지난해에도 시즌 막판까지 4강 경쟁을 하는 등 신바람 야구의 부활 예고편을 상영했다. ‘여우’가 이번에도 시련을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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