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식 공격야구 버리고 '한국식' 전환… 스리번트까지 시도… 공격력 침체에 '응급처방'

화끈한 메이저리그식 공격야구를 지향하던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응급조치’를 발동했다. 한국식 ‘스몰볼’로의 변신을 선언한 것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 6일 부산 한화전에서 국내 감독들도 자주 구사하지 않는 번트 작전을 시도했다. 1-2로 뒤진 5회에 예상치 못한 주문이 나왔다. 무사 1루에서 2번 박기혁은 볼 3개를 거푸 골라냈다가 스트라이크 두개를 흘려보내 2-3 풀카운트가 됐다. 별안간 박기혁은 한화 선발 류현진의 6구째에 번트를 댔다.

그러나 타구는 1루쪽 라인 밖으로 벗어나는 파울. 보기 드문 쓰리번트 아웃이 되는 순간이었다.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5회 이전에는 웬만하면 희생 번트조차 대지 않던 로이스터 감독으로서는 ‘대변혁’에 가까운 전술이었다.

롯데 선수들은 이날 로이스터 감독의 변신을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 전 선수단 미팅 때 “요즘 공격력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에 오늘부터는 번트를 많이 시킬 것”이라고 미리 예고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최근까지만 해도 시즌 초에 비해 한풀 꺾인 방망이에 대해 “우리 팀은 조만간 공격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타선에 대한 긴급 처방을 내린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공격의 첨병이었던 정수근과 김주찬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 희생번트조차 구경하기 힘들었던 롯데 야구에서 쓰리번트 작전이 나올 만큼 다급해진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로이스터 감독은 시즌 전 선수들에게 “쓰리번트는 절대로 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 이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선수들은 이날 박기혁의 쓰리번트 시도 때 적잖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약속을 어겨야 할 만큼 침체돼 있는 타선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로이스터 감독의 또 다른 ‘매직’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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