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울 한복판 돌아다닌 용의자 엉뚱한 곳에서 찾아

김모(45.여)씨와 세 딸 실종 사건의 유력 용의자였던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41)씨가 사건 발생 3주만인 10일 투신자살한 시신으로 발견됨에 따라 경찰 수사망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씨는 피해자들을 살해한 후 서울과 지방을 여러 차례 오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경찰은 이씨가 10일 오후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그의 소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실종 신고가 이달 3일에야 이뤄졌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찰은 계속 `헛다리'를 짚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은 수사 착수 이후 경기 일산, 용인 등에 이씨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근방을 탐문했으나 정작 이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서울 한복판의 한강이었다.

바로 코 앞에서 이씨가 돌아 다니고 있었는데도 잡지 못한 셈이다.

경찰은 또 피해자들이 암매장된 것으로 드러난 전남 화순에서도 이씨와 피해자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색을 벌였으나 본격 수사 착수 1주일째인 10일 밤이 돼서야 가까스로 시신을 발견했다.

위치 기록을 통해 관련자들의 휴대전화기가 서울 종로구, 호남고속도로, 충남 공주 등에서 포착됐던 사실은 파악했으나 이는 모두 결과적으로 `뒷북'에 그쳤다.

사건 발생 3주, 본격 수사 착수 1주간 유력 용의자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경찰 수사망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이는 이번 사건이 신임 경찰청장 취임과 정권 교체를 맞은 경찰 조직이 `전시치안'에 매달리던 시기에 벌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질서 확립', `기초질서 확립' 등 구호를 앞세우고 엉뚱한 데다가 힘을 쏟는 바람에 결국 수사에 차질을 빚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기에 공개 수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고 신고를 받은 이후에도 한동안 사건 발생을 일반에 알리지 않았던 경찰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특히 이씨가 유명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어서 일반에게도 얼굴과 이름이 잘 알려져 있었음을 고려하면 공개 수사를 꺼린 경찰의 이런 태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때문에 인사철을 맞은 경찰이 부담을 피하기 위해 사건 공개 시점을 늦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