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전 우천으로 무기 연기… 3할3푼8리5모로 양준혁 따돌려

‘사(絲)의 전쟁’의 승자는 이현곤(27ㆍKIA)이었다.

이현곤은 7일 광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화와의 시즌 최종전이 우천 취소됨에 따라 올 시즌 타격왕이 확정됐다. 이현곤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양준혁(삼성)은 아깝게 통산 5번째 타격왕 등극에 실패했다. 이현곤은 3할3푼8리5모, 양준혁은 3할3푼7리1모다.

이현곤과 양준혁의 타격왕 경쟁은 근래 보기 드문 접전이었다.

지난 8월4일 시즌 첫 타율 1위에 오른 이현곤은 줄곧 3할4푼 안팎의 고타율을 유지하며 여유 있게 타격왕을 차지하는 듯했다. 그러나 8월31일까지 이현곤에 1푼4리 뒤져 있던 양준혁이 9월 들어 방망이를 뜨겁게 달궜다. 야금야금 이현곤을 추격하던 양준혁은 9월27일 대전 한화전서 5타수 3안타를 치며 시즌 처음으로 리딩히터로 나섰다.

이때부터 둘 사이엔 ‘사’의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 2일엔 양준혁이 3할3푼4리9모, 이현곤이 3할3푼4리8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모(毛)’가 아닌 ‘사’ 차이였다. 양준혁은 3할3푼4리8모6사, 이현곤은 3할3푼4리8모2사였던 것.

역대로 소수점 다섯번째 자리인 ‘사’에서 타격왕이 갈린 것은 90년 이후 두번째다. 당시 3할3푼4리9모를 기록한 해태 한대화는 3할3푼4리8모의 빙그레 이강돈을 따돌리고 타격왕을 차지했었다.

경쟁을 넘어 ‘전쟁’으로 확산되자 두 팀 벤치도 ‘타격왕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전날 타격왕을 되찾은 양준혁은 3일 한화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현곤은 이날 광주 LG전에서 3안타를 몰아친 뒤 5회 ‘타율 관리’ 차원에서 김경진으로 교체됐다. 3할3푼9리 대 3할3푼5리.

결국 승부는 삼성의 정규시즌 마지막 날이었던 5일 결판났다. 전날까지 이현곤에 2리 뒤진 3할3푼6리였던 양준혁은 이날 부산 롯데전에서 2타수 1안타를 치는 데 그쳐 3할3푼7리로 시즌을 마감했다.

# 심정수 홈런·타점 2관왕… 이대호 장타율·류현진 탈삼진 1위

한편 삼성 심정수는 31홈런 101타점으로 지난 94년 데뷔 후 첫 홈런과 타점 2관왕에 올랐다. 두산 김동주와 고영민은 각각 출루율(0.457)과 득점(89개) 타이틀을 차지했고, LG 이대형은 도루왕(53개)이 됐다. 지난해 타격 3관왕(타율ㆍ홈런ㆍ타점 1위) 이대호는 장타율(0.600) 타이틀만 건졌다.

투수 부문은 두산 용병 리오스가 다승(22승) 평균자책점(2.07) 승률(0.815) 타이틀을 휩쓸었다. 지난해 투수 3관왕 한화 류현진은 탈삼진(178개) 1위를 차지하며 리오스의 트리플 크라운을 저지했다. 삼성 마무리 오승환은 세이브 1위(40개), LG 류택현은 홀드 1위(23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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