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권력 지각 변동' 시작되나

 한 시즌이 저물면서 이제 각 팀의 쇄신작업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당장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 이글스의 경우 유승안 감독의 유임이냐 아니면 사령탑 교체냐를 두고 말들이 많다.

 삼성 라이온즈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97년 이후 8년 연속 '가을 축제'에 참가하는데도 말이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김응룡 감독이 용퇴를 하고 그 자리를 선동렬 수석코치가 물려받는다는 시나리오다. 시즌 중반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이 '권력의 지각 변동' 시나리오는 시즌 말미가 되면서 잠시 불거졌다가 지금은 수그러든 상태. 잠시 팀이 요동쳤던 것은 한 코치의 조용한 퇴장 때문이었다.

 현역 시절 대도로 이름을 날렸던 김일권씨(48)가 얼마 전 삼성 코치직에서 자진해서 물러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당뇨로 인한 지병이었다. 2군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던 그는 5월께 당뇨로 쓰러저 한동안 서울에서 병원 신세를 졌다. 후반기부터 다시 경산에서 코치직을 수행하던 그는 2군 경기가 마무리될 시점인 9월 초순께 스스로 유니폼을 반납했다.

 물론 다른 이유가 있었다. 가까운 지인에 따르면 그는 김 감독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알아서 떠났다고 한다. 올해가 끝나고 김 감독의 거취마저 불분명한 마당에 일찌감치 보따리를 꾸린 것이다. 김 전 코치는 구단 관계자에게만 보고하고 김 감독에게는 나중에 알렸다는 후문이다.

 김 감독을 위시한 삼성 라이온즈의 코칭스태프는 총 17명이다. 물론 8개 구단 가운데 최다 수준이다. 전종화 전 코치까지 병풍 연루로 이탈하면서 지금은 15명이다.

 그 중 김 감독의 직계로 분류될만한 사람은 신용균 2군 감독, 김종모 1군 타격코치, 2군의 조충렬 수비코치, 이련 트레이닝 코치 등이다. 이들은 지난 2001년 김 감독이 해태에서 삼성으로 옮기면서 함께 삼성 옷을 입었다. 김일권 전 코치는 그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인 2003년 라이온즈에 합류했다.

 선수시절부터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군기반장'으로 통했던 김 전 코치는 김 감독의 마음을 잘 헤아려 변함 없는 사랑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감독님을 참 존경한다. 하지만 바꿀 것은 바꾸셔야 한다"며 김 감독의 측근이면서도 쓴소리도 마다 않는 충신이었다. 결국 사라지는 것도 '주군'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게 조용히 결정한 셈이다.

 삼성이 시즌 후 선동렬 코치에게 대권을 줄 수도 있다는 소문은 이미 야구계에서 파다하다. 지난해 10월 같이 삼성 유니폼을 입은 한대화 코치를 수석 코치에, 박흥식 코치를 타격코치로 기용한다는 복안은 아직도 유효하다.

시즌 후 김 감독의 용퇴와 함께 한꺼번에 코치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 잔존하는 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 김 전코치의 퇴장은 이런 움직임의 신호탄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대구=스포츠취재팀



입력시간 : 2004-10-0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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