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극장] 최익성 "5개팀 유니폼 이젠 끝내고파"
고교·프로연습생 주전확보 '투혼신화'
전성기 잠간 부상·갈등 떠돌이 눈칫밥
지난해 방출 친정 산성서 러브콜 '행운'

삼성 최익성(32)은 억세게 운 없는 사나이다.

뭔가 해보려고 하면 어김없이 마가 끼었다. 94년 데뷔 후 5번이나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제대로 맘 붙이고 운동할 겨를이 없었다. 선수 생활 내내 크고 작은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당연히 성적도 그저그랬다.

그러나 최익성은 자신이 진짜 ‘재수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믿는다. “정말 안될 놈이었다면 이미 예전에 모든 게 끝났을 거다.” 6년 만에 고향팀 삼성에 돌아온 2004년. 한가닥 숨어있던 행운이 최익성에게 환한 미소를 안겨줄 때다.

▲ 고교 연습생,프로 연습생

최익성은 경북야구협회 전무였던 아버지 최태식씨(87년 작고)의 권유로 경주중학교 2학년이던 85년 야구를 시작했다. 처음엔 캐치볼도 잘 안되는 낙제생이었다. 경주고에 진학한 뒤에도 팀 훈련에조차 끼지 못했다.

그런 최익성에게 고2 때 기회가 왔다. 박영진 신임 감독이 “그동안의 성적은 필요 없다. 지금부터 열심히 하는 선수를 쓰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밤낮 없이 구르고 뛰던 최익성은 꿈에 그리던 주전 자리를 얻었다. 그해 이영민 타격상 2위에 오를 정도로 펄펄 날았다. 계명대에 간 뒤에도 모든 게 순조로운 듯했다. 이때 허리디스크가 찾아왔다. 3학년 한 해를 꼬박 쉬었다.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94년 신인으로 입단한 곳은 연고팀인 삼성. 그러나 신분은 연습생이었다. 계약금은 10원도 없었다.

▲ 짧은 전성기 그리고 트레이드

최익성은 입단 첫해 김용철 당시 타격코치로부터 좌타자로 전향하라는 권유까지 받았다. ‘넌 오른손으로는 가망이 없다’는 말에 다름아니었다. 그렇게 가망 없는 세월이 흘러갔다. 2년간(94∼95년) 1군 4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만을 기록했다. 그러던 96년 백인천 감독이 부임해 왔다.

내세울 거라곤 ‘투혼’뿐이던 최익성은 금세 백감독의 맘을 사로잡았다. 주전 자리를 얻었다. 그리고 이듬해 97년에 전성기를 맞았다. 톱타자로 나서 타율 2할9푼6리에 22홈런 33도루로 ‘20-20클럽’에 가입했다. 98년 부임한 서정환 감독과 갈등을 빚으면서 인생이 꼬였다. 98시즌 후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떠돌이 인생이 시작됐다.

▲ 대전 서울 그리고 광주

99년 한화로 이적한 최익성은 오른어깨 부상으로 68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2000년 다시 LG로 트레이드됐다. 이광은 감독의 “네가 꼭 필요하다”는 말에 감동해 어깨수술을 미루고 한 시즌 죽어라 뛰었다. 그런데 2001년을 앞두고 LG가 해태에서 FA 홍현우를 데려갈 때 해태가 보상선수로 최익성을 찍었다.

“내가 해태전 때 워낙 잘 쳤다. 김성한 감독님께서 투수 최향남 최원호 다 제치고 나를 찍을 만했다.” 타향 생활은 이골이 났지만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광주 생활은 특히 힘들었다. 같이 밥 한끼 먹을 사람이 없었다. 답답해서 차를 몰고 길에 나섰다가 갈 데가 없어 집에 돌아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신경성 위염으로 식사를 못할 지경이 됐다.

▲ 멕시코에서 이름을 떨치리라

2002년 현대로 간 최익성은 2년간(02∼03) 지긋지긋한 2군 생활을 했다. 2년간 1군에서 총 78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는 2군에서 맘먹고 어린 선수들과 똑같이 숙소생활을 하며 야간훈련까지 했다. 그 덕에 한국시리즈를 앞둔 청백전에서 조용준 권준헌 등을 상대로 8타수 6안타를 뿜어냈다. 됐구나 싶었다.

그러나 최익성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끼지 못했다. 2004년엔 멕시칸리그로 떠나기로 맘먹었다. “먼 곳에서 내 실력을 보여주고 나면 여기서도 내 가치를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 인생 역전

최익성은 지난해 11월 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 예상한 일이었기에 놀라지 않았다. 그런데 자유계약 통보를 받은 다음날 아침 삼성에서 전화가 왔다. “우린 네가 필요하다. 당장 짐 싸서 대구로 와라.”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멕시칸리그 계획을 포기하는 데 하루면 충분했다. 방출됐다는 설움을 채 곱씹기도 전에 친정팀에서 러브콜을 보내왔으니 어깨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었다.

최익성은 “불운은 끝났다. 올해는 다 잘될 거다”고 자신한다. 심지어 그동안의 불운이 올해의 행운을 위한 사전장치였다고까지 생각한다. 고향팀에 돌아왔고 아픈 곳도 없다. 그동안의 노력이 꽃필 때다. “올해 야구선수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 내년엔 장가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최익성의 마음은 벌써 파란 사자 유니폼을 입고 있다.

■ 최익성 프로필

▲생년월일:72년 2월11일 ▲신체조건:181㎝/86㎏ ▲가족:어머니 이양지씨(64)의 1남1녀 중 막내 ▲출신학교:경북 경주중-경주고-계명대 ▲경력:삼성 라이온즈(94년)-한화 이글스(99년)-LG 트윈스(00년)-해태 타이거즈(01년)-기아 타이거즈(01년)-현대 유니콘스(02년)-삼성 라이온즈(04년) ▲2004연봉:6,000만원

/스포츠투데이 백호 whitetiger@sport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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